검찰 “민주당 불법자금 수수자까지 수사”···이정근 휴대전화가 뇌관

이혜리 기자    이보라 기자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압수수색한 윤관석·이성민 민주당 의원이 “(불법 자금) 공여에 가담했다”며 이들뿐 아니라 수수자까지 수사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 십수명이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이 의심하는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9000만원 가량인데, 수십만원, 수백만원 단위로 쪼개져 사용되는 전당대회 자금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소속 의원 및 대의원들까지 수십명이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가 최근 검사 6명을 충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대표와 측근 등 소수의 당 핵심부를 겨냥했다면 이번 수사는 송영길 전 대표와 다수 의원은 물론 대의원들까지 저인망식으로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2021년 5월 전당대회 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3일 “(윤·이 의원이) 금품을 공여하는 데 가담한 점이 확인돼 전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전체 공여 금액은 9000만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인을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한 사람 외에 금품을 받은 사람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금품 수수자까지 다 수사 대상이 되고 있고, 향후 공여자들을 통해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공여자들이 현역 의원에게 300만원씩 6000만원, 대의원에게 50만원씩 3000만원을 나눠준 것으로 보고 있는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80명이 돈을 받은 게 된다. 자금 살포를 송 전 대표가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윗선’ 수사는 물론 민주당 전·현직 의원, 당직자, 대의원 등 전방위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윤·이 의원, 강 협회장, 이 전 부총장 등 9명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특히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사건을 수사하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강 협회장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발견해 전당대회 자금 의혹 수사를 하게 됐다. 2021년 3월 강 협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해달라”고 말한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이다. 녹음파일에는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봉투를) 줬다”고 강 협회장에게 말하는 내용,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다섯 명이 빠졌다.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한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화자동녹음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은 수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파일 중 범죄증거에 해당할 만한 것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느라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전 부총장이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사무부총장을 발탁된 데다 이 전 부총장이 이런 지위를 과시하며 돈을 받은 정황이 있는 만큼 녹음파일에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녹취가 담겨있다면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법원이 전날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한 핵심 근거도 이 녹음파일이었다.

법원은 이 전 부총장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성만 의원을 내세우거나 이들의 직무에 관해 알선하고 돈을 받은 혐의들을 유죄로 판단했다. 공여자인 사업가 박모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부총장이 이 의원을 거론하면서 ‘선거를 도와달라’거나, “내 뒤에 송영길이 있다. 나를 도와주면 사업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일각에선 이 전 부총장의 녹음파일 내용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씨 스스로도 “아는 민주당 정치인에게 물었더니 ‘이 전 부총장은 그런 능력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녹음파일에 대해 “우연히 녹음돼 본인도 기억 못하는 것을 검찰이 뭔가 있어보이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윤관석 의원도 이날 별도 입장을 내고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과 관계없이 마치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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