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 이예람 중사’ 2차 가해자에겐 실형 선고했지만··· 전익수는 무죄

김혜리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받는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받는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려 2차 가해를 한 장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의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한 군무원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작 해당 정보를 넘겨받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 전 실장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그에게 적용된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29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게는 무죄, 중령 정모씨에게는 징역 2년, 군무원 양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중사 사생활 왜곡·수사 정보 흘린 ‘2차 가해자’들은 유죄

이날 실형을 선고받은 건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중령 정모씨 한 명 뿐이다. 정씨는 이 중사가 2021년 3월 선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기자들에게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라 부부간 문제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공무상 비밀누설)를 받았다.

재판부는 정씨가 이 중사 사망 이후 공군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기자들에게 이 중사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왜곡해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범행으로 인해 이 중사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줬다”고 했다. 이 중사가 강제추행과 2차 가해로 숨진 뒤에도 정씨가 또 다른 2차 가해를 했다고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정씨는 이 중사가 피해 직후 선배 부사관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기자들에게 넘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사망 이후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망 원인을 개인적인 일로 축소시켜 철저한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가해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정보를 전 전 실장 등에게 유출한 군무원 양모씨도 공무상 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보호법 위반죄가 모두 인정됐다.

“부적절한 행위 맞지만…” 정작 군 검찰 책임자는 무죄

전 전 실장은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재수사 과정에서 양씨로부터 가해자에 대한 수사 정보를 전달받았다. 이후 군검찰이 양씨에 대해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전 전 실장은 군검사에게 연락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거나 수사 내용을 확인하려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 전 실장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이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고, 수사·재판을 맡은 주체까지 보호 대상으로 삼는 규정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 비춰, 언행을 더욱 조심하고 오해 소지가 있을만한 행동을 최대한 자제했어야 함에도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수사검사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몰래 녹취까지 하며 수사 중인 내용을 알아내려 했다”며 “이는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분명하게 지적해 둔다”고 했다.

또 “법원이 피고인에 대해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음으로서 전 전 실장의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그 결과 향후 유사한 행동이 군 내에서 다시 반복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군 사법기관 등 노력에 이 판결이 찬물을 끼얹게 되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중사 유족 “‘전익수 특별법’ 만들어야”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기자회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받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기자회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받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이날 방청석에 있던 이 중사의 유족들은 선고가 끝난 후 전 전 실장에게 몰려가 “우리 예람이한테 사과라도 한 마디 하고 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 전 실장은 “안타깝다고 몇번이나 말씀드렸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고 법정을 서둘리 빠져나갔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전익수가 유죄로 처벌받고 구속되길 바랐지만, 오늘 무죄가 선고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여야 국회의원들께‘선 군검사를 위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 규정을 전익수 특별법’으로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입장문에서 “재판부가 ‘전 전 실장이 수사 공정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면서 “오늘 무죄 판결은 법리상 무죄이지만, 전 전 실장의 공소장 상 비위행위의 부적절성은 충분히 인정된 것이라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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