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임기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식···사법부 수장 공백 불가피

김혜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년 9월 25일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7년 9월 25일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22일 법원을 떠났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제16대 대법원장 퇴임식에서 “사법부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다하는 길은 오직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것이란 굳은 신념과 절박한 사명감으로 대법원장으로서 일해왔다”고 밝혔다.

취임 당시 ‘좋은 재판’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도 ‘좋은 재판’을 11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그는 “‘좋은 재판’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것”이라며 “정의의 신속한 실현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부가 비판받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한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의 양과 질,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 중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하여 사법부를 국민의 신뢰라는 반석 위에 굳건히 세울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은 사법부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법부 활동의 중심을 ‘재판’에 두고 사법행정은 오로지 ‘재판’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누차 강조해 온 것도 지난날 사법행정이 저지른 과오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면서 “이제 사법부의 독립된 법관들은 단호한 의지와 불굴의 용기를 갖고 자신의 재판과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또 “(법관들은) 신독의 자세를 견지하고 처신과 언행을 무겁게 함으로써 공정성과 중립성의 외관이 추호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대법관 13명과 각급 법원장,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 법원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법원 안팎에서 비등해진 사법개혁 요구 속에 2017년 9월25일 취임했다. 이후 진행된 사법개혁은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축소와 법관의 관료화 타파에 초점을 맞췄다. 김 대법원장 재임 중 사법부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추진했으며, 법원장 후보 추천제·사법행정자문회의를 신설하는 등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했다. 영상재판 확대, 형사전자소송 추진도 재임 중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권과 보수언론 등은 ‘김명수 대법원’을 향해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잇따라 내놨고, 코로나19 확산 시기까지 맞물려 늘어난 재판 지연 문제는 법원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장 자리 공백 불가피···줄줄이 차질 예상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오는 24일까지다.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균용 후보자는 아직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남겨둔 상태다. 당초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비상장주식 재산 누락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제출한 상황이어서 표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사법부 수장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장직 공석은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재산공개 문제로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실상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 자리가 공백일 경우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지만, 전원합의체 재판장 권한까지 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임기 만료가 예정된 대법관들의 후임자 제청 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내년 1월1일 임기가 만료되는데, 선임대법관이 권한대행자로서 대법관 후보 제청을 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대법원장 공백으로 선임대법관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한 선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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