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으로 불법체류 줄인다? ‘이주민 인권’만 후퇴시켰다

강연주·이혜리 기자

법무부 외국인정책 계획에

이주민 단속·규제안 다수

“실효성 적어…복지는 부실”

법무부가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미등록 체류 외국인 단속만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내내 이민정책 중요성을 설파했고, 정부는 한국에 들여오는 이주노동자 규모를 대거 늘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법무부가 내놓은 기본계획에서 이주민 인권과 통합 정책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이주민 단속·규제 방안을 다수 담았다. 대표적인 것이 ‘불법체류 반감 5개년 계획’이다. 현재 42만명 수준인 미등록 체류자 수를 20만명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속이 미등록 체류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부터 미등록 체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했지만 미등록 체류자가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경향신문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를 살펴본 결과, 국내 미등록 체류자 수는 2022년 12월 41만1270명에서 2023년 12월 42만3000여명으로 오히려 1만2000명가량 늘었다. 전체 체류 외국인(230만여명) 중 미등록 비율이 18.4%로 5명 중 1명꼴이다. 법무부는 ‘단속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불법체류자 수가 지난해 말에 들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속 일변도 정책은 정부가 올해 고용허가 이주노동자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늘린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가사·요양보호 등 돌봄 분야 이주노동자 도입도 확대했다. 김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법무부는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나 폭력적 단속의 개선 방안에 대한 언급 없이 단속 강화 방침을 반복하고 있다”며 “기본계획에 이주민들을 위한 의료 및 생계 지원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주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정책은 부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법무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등 이주민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유료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전국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해 센터들이 폐쇄되기도 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센터들이) 산재·체불임금·사업장 변경 등 이주노동자들을 실무적으로 지원해왔는데 문을 닫아 이주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고 오히려 브로커에게 이용당할 우려만 늘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들여오되 인권과 노동권을 제약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우리 사회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제3차 기본계획 때 들어 있던 ‘외국인 차별·혐오 방지 대책’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단속 일변도 정책이라는 지적에 “직접적인 불법체류 감축 효과만 아니라 외국인 불법고용 예방, 불법체류 신규 발생 방지 효과가 있는 가장 실효적인 대책”이라고 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 유료화에 대해서는 “무료교육에 따른 국민과의 역차별 논란이 있었고, 재수강 외국인까지 무료로 지원하는 것은 학습효과 저하 등 문제가 있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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