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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수사관도 “사단장 빼라는 말 듣고 외압으로 생각” 진술

이혜리 기자    강연주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 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 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채 상병 사건’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해병대 수사관이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외압으로 생각했다고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수사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중앙수사대장, 제1광역수사대장 등과 함께 사건 이첩 상황을 공유했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수사관은 지난해 8월 군 검찰의 박 전 수사단장 항명 사건 조사에 응했다. 그는 조사에서 지난해 7월31일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언론브리핑이 취소된 후 박 전 수사단장으로부터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단장으로부터 “‘법무관리관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해도 되느냐’고 말하면서 나도 좀 언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들었다고 진술했다.

A수사관은 이를 부당한 외압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수사에 참가한 동료에게 ‘무슨 근거로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 큰일날 소리다. 그것은 외압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박 전 수사단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격노 발언’을 전해들었다는 중앙수사대장, 제1광역수사대장뿐 아니라 수사 실무자도 국방부의 부당 지시가 있었다고 인식한 것이다. 수사단은 국민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니 빨리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내부 의견을 토대로 지난해 7월28일 이첩을 목표로 매진했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이첩이 보류됐다.

A수사관은 군 검찰의 박 전 대령 항명 사건 수사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도대체 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단장 빼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인데 그것(항명)으로 압수수색을 오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수사단장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 전 수사단장은 ‘사단장을 빼라’고 한 국방부 측 인물로 유재은 당시 법무관리관을 지목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군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장관 지시를 받고 박 전 수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건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그는 ‘군사법원법 취지에 따라 군사경찰은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예단을 줄 필요없이 혐의자나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건기록 일체를 넘기는 방법도 있음을 설명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장 등 특정 혐의자를 빼라고 한 적은 없고, 군사법원법 취지상 ‘사실관계’만 정리해 이첩하는 게 맞다고만 했다는 것이다.

A수사관은 유 법무관리관의 주장에 관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휴가 중인 군인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관할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군 수사기관에 보내지는 않는다는 예를 들었다. 그는 “조사 결과만 보내라는 것도 저희가 어떤 이유로 조사를 했고, 조사 결과가 어떻다라는 식으로 적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록을 인계하는 근거도 나열하지 않고 보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A수사관은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국방부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군 검찰은 박 전 수사단장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어긴 혐의(항명)로 기소해 군사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나 해병대 사령관이 명확히 이첩 보류를 명령한 적 없고, 따라서 항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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