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있었다” 해병대 말 들은 경찰, ‘상세설명’하지 않은 군 검찰에 자료 넘겼다

이혜리 기자    강연주 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9월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성일 선임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9월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성일 선임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2일 수사결과 자료를 경찰에 넘기면서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군 검찰은 같은 날 수사자료를 회수하면서 경찰에 회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자료를 군 검찰이 돌려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같은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측의 통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통령실 등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해병대 수사단 A수사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을 조사하는 군 검찰에 출석해 “8월2일 경북경찰청에 방문해 채 상병 사건 수사자료를 이첩할 때 ‘외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수사관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인계하는) 그 자리에서 제가 ‘외압이 있었던 것 같다.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저희는 (경찰에 이첩하려고) 왔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님이 (해외출장) 복귀 후에 다시 (이 사건에 대해) 보고하라는 부분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외압 이야기와 관련해 “경북청에서도 ‘최근에 OOOO을 조사했는데 (경찰도) 그 외압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최모 1광역수사대장도 군 검찰 조사에서 “채 상병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된 경위, 혐의자로 결정하게 된 사유에 대해 경찰에게 설명을 했다”며 “특정 인원(사단장과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대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최 광수대장이 당시 경찰에 설명할 내용을 적은 메모에도 ‘2. 피혐의자 중 국회의원, 검사장 통해 외압(국방부 장관 통해 피혐의자에서 제외 요구, 출장 복귀 이후 재보고 요구)’이라고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같은 날 오후 7시쯤 수사자료를 회수한 군 검찰 측은 경북청 측에 회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자체적으로 수사자료 회수 경과를 정리한 문건에 당시 군 검찰 관계자가 경북청 측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했다.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는데 어기고 이첩돼 회수하러 왔다’ 정도만 설명했다는 것이다.

군 검찰은 이 문건에 “항명이라는 언급도 있었음”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경향신문에 “군 검찰 측이 수사자료를 회수하면서 정확히 항명 사건을 수사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북청 쪽에선 해당 수사자료 이첩과 관련해 군 내부의 절차 위반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종섭 전 장관 측이 지난 17일 낸 입장문에서 “(수사자료 회수는) 국방부 검찰단 수사의 증거자료 확보 조치로 경찰과 협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과도 다르다.

군 검찰과 경북청은 수사자료 회수 때 ‘사건기록 인계·인수증’을 작성했는데, 이 서류에도 구체적인 회수 이유는 적혀있지 않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청으로 인계한 수사기록을 군 검찰 요청에 따라 (다시) 인계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사망과 관련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결과 자료를 경찰에 이첩했지만 이 전 장관 지시 등으로 인해 군 검찰이 수사자료를 회수하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상호 협력 원칙에 따라 접수되지 않은 수사자료를 돌려준 것으로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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