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둘러싼 4가지 우려 그리고 대안

정유진·송현숙 기자

대학 등록금 문제가 뜨거운 사회 현안으로 부상했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를 다루기로 합의한 것이 계기다.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으로 인해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대학들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반대 논리도 나온다. 반값 등록금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사안이 복잡할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등록금이 올랐고 결국 정부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우려와 대안을 짚어봤다.

(1) 다른 복지예산 줄어드나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현재 대학 등록금 총액은 약 14조원에 이른다. 이 중 장학금 1조~2조원을 빼면 학생들의 실질 등록금 부담액은 12조~13조원이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최소 6조~6조5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 오산의 한신대에서 2일 ‘등록금 동결을 위한 동맹휴업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한 학생이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오산의 한신대에서 2일 ‘등록금 동결을 위한 동맹휴업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한 학생이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면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초중등교육 예산을 빼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반값 등록금 도입의 대전제가 전체 복지예산의 ‘파이’를 키우는 데 있다고 말한다. 기존 예산 내에서 ‘돌려막기’를 할 것이 아니라, 국가 총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부자감세 철회와 증세로 세입을 늘려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 반값 등록금 정책의 핵심”이라며 “기존 복지 및 교육예산을 삭감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2) 결국 대학들만 배불리나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89개 4년제 대학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70곳(37%)이다. 반값 등록금 제도가 이런 부실대학의 재정을 메우는 쌈짓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몇 백억대 적립금을 쌓아놓고 재단 전입금조차 내지 않는 사학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에게 직접 주는 ‘등록금 지원금’과 대학에 주는 ‘교육환경개선 지원금’의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에게 지원금을 직접 줌으로써 대학이 전용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재단 전입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사학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방형 이사제 등 사학법을 보다 엄격히 준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006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통과를 결사 반대한 장본인들”이라고 말했다.

(3) 밑빠진 독 물붓기 아니냐

반값 등록금을 도입한다 해도 등록금에 거품이 빠지지 않은 채 계속 오르기만 하면 결국 대학에 흘러가는 국고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립대에 국고가 투입된다는 것은 대학의 공공성이 그만큼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정부가 등록금 인상률을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독일 정부가 집주인들이 월세를 마구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정진상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요 사립대가 등록금을 올리면 다른 대학들이 그에 맞춰 경쟁하기 위해 뒤따라 올리는 식으로 등록금 인상이 이뤄져왔다”면서 “국·공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들 대학의 등록금을 장기적으로 완전 무상에 가깝게 내리면 시장원리에 따라 다른 대학들도 따라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4) 사회 양극화만 부추기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차라리 (반값 등록금에 쓰일) 그 돈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임금격차를 줄이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격차를 해소할 때까지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지 말자는 주장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주장”이라며 “반값 등록금은 4년제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에도 해당된다. 전문계고 학생 지원과 임금격차 해소 정책은 당연히 반값 등록금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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