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릴레이 기고

(5) 대학교육부터 정상화하자

이해영 |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폐기하고,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인하 방안으로 부르자고 했다. 처음 황우여 원내대표가 정책 ‘쇄신’ 중 하나로 반값 등록금을 제기했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지켜봤다. 논란 중에 급기야 반값 등록금이 “나라만 결딴나는 포퓰리즘”이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은 처음에 ‘B학점 이상·소득 하위 50%’를 부담 완화의 기준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카이스트(KAIST) 사례에서 보듯 학점과 장학금의 연계는 학생들을 살인적인 학점 경쟁으로 내몰아 대학을 피폐화시킬 우려를 낳는다. 그리고 매일 10시간씩 100일을 일해도 등록금이 안되는데, 저소득층 학생이 언제 공부해서 B학점을 받을 건가. 그러다 최근 ‘이주호 구상’이 등장하면서 흐름이 좀 바뀌는 듯하다. 저소득층 중심, 사학 구조조정, 민간 기부금 등이 구상의 골격이다. 그런데 우선 이 나라 대학교육의 절박한 현실부터 좀 보자.

[반값 등록금 릴레이 기고](5) 대학교육부터 정상화하자

첫째, 한국의 사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07년 대학 교육비 지출 총액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칠레가 85.6%이고, 뒤를 이어 한국이 79.3%로, OECD 평균인 30.9%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다. 둘째, 2008년 4년제 대학 기준 한국의 사립대 비중은 78%로 세계 최고다. 일본이 75%, 칠레는 43%, 미국은 33%에 불과하다. 셋째, 실질구매력지수(PPP) 기준 2007~2008년 한국의 평균 대학등록금은 국공립 4717달러, 사립은 8519달러로 일본의 4432달러, 6935달러, 호주의 4035달러, 7902달러보다도 높다. 영국의 평균 등록금 4678달러와 비교하면 우리의 사립대학이 2배 정도 비싸다. 미국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 5943달러와 비교할 때, 우리 국공립이 약간 싸고, 사립은 월등이 비싸다. 우리보다 비싼 경우는 연평균 2만1979달러 수준인 미국 사립대학뿐이다. 미국 사립대학을 제외하고 우리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말이다. OECD 대다수 나라에서 등록금은 무상이거나 매우 낮다. 넷째, 학자금 융자, 세금감면, 장학금 등 국고 보조금을 보더라도 OECD 평균이 21%인데, 한국은 16%에 불과하다. 영국은 53%, 하다 못해 칠레도 51%고, 호주도 39%다. 등록금이 없는 노르웨이는 44%다. 특히 장학금의 비중을 볼 때 한국이 4%인 데 비해 칠레 27%, 미국은 15%다. 학자금 융자를 봐도 우리가 6%인 데 비해 일본은 24%에 달한다. 장학금 비중이 우리보다 낮은 스위스, 폴란드, 아이슬란드의 경우 등록금이 거의 없다. 다섯째, 설사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도 졸업 후 취업이 잘된다면 어느 정도 보상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졸자 취업률은 77%(2008년)로 가장 낮은 터키의 74.6%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가장 많은 사교육비 지출국인 칠레의 79.5%보다 좀 낮고, 아이슬란드의 91%, 노르웨이의 90.6%와는 비교가 안된다. 영국도 90%대에 육박한다. 2010년 교육부가 이 취업률을 고쳐 발표했는데 55%였다. 압도적으로 세계 최저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가장 낮은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고, 또 가장 낮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야만적인’ 한국의 대학교육 현실은 ‘정부 실패’ ‘시장 실패’의 전형적 사례다. 반값 등록금은 따져 보면 그래서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대학교육을 좀 정상화하자는 말이다. 그런 다음 즉 모든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 후, 나머지 몫에 대해 저소득층 장학금, 학자금 융자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주호 구상’이 시사하듯 사학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에 일정한 책무성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하지만 대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고, 또 학자금 융자에 대해 졸업 후 일정 소득수준 이상이 될 경우에만 상환하는 영국의 사례가 좋은 선례가 된다. 민간 기부금도 양날의 칼이다. 가뜩이나 대학의 ‘기업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데, 자칫 대학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릴까 우려된다. 대학에 대한 공적 지원은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학 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공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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