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탑 넘어 인골탑 된 상아탑” “내 세금으로 남 학비 대라니”

임지선 기자

한나라당 ‘등록금 부담 완화’ 토론회

한나라당이 15일 국회에서 학생·교수·언론인·시민단체와 함께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고액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대학 교육을 공공재로 보느냐 아니냐’는 점에서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학생들은 “우골탑과 등골탑을 넘어 사람을 죽이는 인골탑이라고 할 정도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정부책임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학 측은 “교육여건이 열악하다. 기부금을 확대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등록금 인하에 재정 투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내가 세금을 더 내서 옆집 대학생 학비 더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절충안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국민들은 반값 정도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다가가고 있다”며 “국가 재정이나 반대의 목소리를 감안해서 적정하게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토론에는 박은철 전남대 총학생회장, 정현호 한양대 총학생회장,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전성원 인하대 총학생회장,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 이영선 대교협 등록금 TF 위원장(한림대 총장),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곽병찬 한겨레 논설위원, 이영 한양대 금융학과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 팀장 등이 참석했다.

박은철 전남대 총학생회장 = 반값 용어가 ‘우리가 한 말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렇게 해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등교육의 어느 부분까지 공공의 부분으로 두느냐다. 후대에게 기술을 알려줄 때 돈을 받고 알려주느냐, 아니냐의 개념이다. 유럽은 (후대를) 국가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미국은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20~3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을 반드시 실현시켜달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주영 정책위의장(뒷줄 오른쪽)이 15일 한나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희망 캠퍼스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주영 정책위의장(뒷줄 오른쪽)이 15일 한나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희망 캠퍼스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정현호 한양대 총학생회장 = 등록금 책정 근거도 저희가 알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정부나 국회에서 책정 근거를 정확히 산정하게끔 해줬으면 한다.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 또 대학 재정이 굉장히 불투명하다. 대학 재정 정보를 공시하고 적립금 사용도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대학 교육 내실화가 전제돼야 한다. 넷째, 등록금 심의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으면 한다. 또 학자금 대출이자도 낮춰달라.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 대학생들이 교육재정 6%, 등록금 동결을 외친 지 20년이 지났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빗대 ‘인골탑’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은 결자해지 마음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비리재단에 (재단을) 돌려준다는 법을 폐지해달라. 사학비리를 처벌하지 않고 그냥 반값 등록금만 (고지서에) 찍히면 근 4~5년 안에 등록금이 다시 올라갈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전성원 인하대 총학생회장 = 고액 등록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수도 만만치 않다. 급기야 목숨을 버리는 학생도 있다. 중산층 가정도 자녀 2명을 대학 보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고등교육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했기 때문이다. 책임도, 해법도 정부와 사학재단에서 찾아야 한다. 사학재단이 수입은 적게 하고 지출은 과다하게 (계상)해 차액을 남기는 관행이 많다. 국가 재정을 확충하고, 합리적인 등록금을 책정하도록 사회적 심의기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조실장 = 사립대의 교육 여건을 보면 OECD 국가 가운데 현저히 낮다. 고등교육 여건이 중등교육에 비해 낙후돼 있다. 또 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그로 인해 고용 (시장에서) 불일치 현상이 발생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떳떳하게 기회 주는 국가가 돼야 한다. 등록금 부담 경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등록금 책정할 때 (교육의) 질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가격을 내릴 것인가 찾아봐야 한다. 대학의 적립금은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 적립금을 (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이영선 대교협 등록금TF위원장 = 한국의 대학은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형도, 민간 부분이 해결하는 미국형도 아니다. 등록금 책임을 학부모·학생에게 전가하고 있다.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 물론 대학이 자구 노력을 통해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본질이 아니다. 방법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든지, 미국처럼 민간 부문에서 기부문화를 확산시켜서 기금을 만드는 제도를 만들어 주든지 해야 한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 세금은 우선순위를 따져서 배분해야 한다. 등록금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반값 등록금 논의 자체가 순수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정치적 목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제기된 것 아닌가. 결국 내가 세금을 더 내서 옆집 대학생 학비를 더 내야 하지 않나. 학생들이 제 밥벌이를 하든 안 하든, 그럴 만한 대학에 다니든 안 다니든,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과연 공정사회인지 궁금하다.

곽병찬 한겨레 논설위원 = 가장 중요한 투자가 교육에 대한 투자다. 가장 효율성 높은 최선의 투자라고 한다. 대학의 질을 제고하는 문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사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이 현실 인식, 과제, 해답도 공유하고 있는데 정작 돈을 어떤 식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재정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

이영 한양대 금융학과 교수 = 초·중등은 정부가 (지원)해야 하지만 대학은 민간(영역)에 들어와야 미국처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등록금 논의의) 대안은 소득에 기반한 장학금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장학금을) 주고 소득 3~5분위는 문자 그대로 반값 등록금을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 또 (등록금 논의에서) 성적 제한 없애는 것을 반대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 무상교육이 옳다고 보지만 예산과 재정상 문제가 있다면 반값 정도는 실행해야 한다. 살인적인 등록금 부담에서 벗어나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빈곤층에만 장학금을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결코 만족 못한다. 대학에 교부금 지급 방식으로 부실대학 문제를 해결하고, 사립대학의 공공성·투명성을 강화해서 정부책임형으로 가야 한다. 대학이라는 중요한 교육시스템을 시장과 개인에게만 맡기는 게 옳은가. 국가가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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