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6개월…MZ세대 대학생은 무엇을 생각할까?

이호준 기자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품’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악명높은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해 캠퍼스의 낭만과 새내기의 특권을 누려야 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세계’에 가장 빨리 적응해야했던 2020학년 신입생들 이야기다.

캠퍼스를 누비는 대신 1년 넘게 ‘비대면 연장’ 알림만 받아온 이들은 지난 1년여간 대학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미개봉 중고’ 2020학번부터 하루아침에 현실 캠퍼스에서 비대면 캠퍼스로 끌려간 고학년 대학생들까지, 1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코로나19를 겪고 지나며 느꼈던 경험담을 이들이 풀어놨다.

부산대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하는 정민지씨는 입학 후 한번도 대면 대학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한 두달이면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수업 시작일이 미뤄지고, 갑자기 모든 수업이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일시적인 혼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제 줌(ZOOM)과 같은 비대면 수업이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 됐다”는 정씨는, 그러나 “소통까지 정상화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줌 화면에서 거의 모든 학생들의 화면과 마이크는 늘 꺼져있고, 어느 한 명도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를 주고 받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교육법에 적응해야하지만 비대면과 소통의 부재는 별개의 문제로, 제대로 된 소통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9년 대학 캠퍼스를 누비다 지난해 비대면 캠퍼스로 빨려들어간 19학번 오세영씨(성균관대·3학년)는 대외활동을 모두 중단해야했다. 2019년 그는 대학내 교환학생 도우미 행사를 주최하고, 야외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대만에서 현지 대학생들과 만나 해외융합프로젝트를 하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국경 폐쇄, 격리와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학교에서 할 수 있던 많은 경험들이 코로나19로 사라지고 나서야 진정한 즐거움임을 느끼게 됐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이런 즐거움들은 전혀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마냥 어두운 측면만 있던 건 아니다. 오씨는 대외활동들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뉴노멀 시대 집안에서 컴퓨터 한 대와 와이파이로 다른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서 “온라인으로 기업의 서포터즈 활동을 진행하면서 진짜 마케팅 수업을 받았고, SNS를 통해 북한인권 NGO활동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게되자 시간과 비용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자기계발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전후 많은 변화는 개개인이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계명대에서 언론영상학을 전공하는 김재홍씨는 코로나19 이전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할 정도로 전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전공을 전환한 뒤 급작스럽게 맞이한 코로나19는 김씨에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족했던 학습량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김씨는 “비대면 활동으로 생긴 잉여시간을 재투자해 대외 행사에서 대상을 받는 등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며 “열정학기제, 도전학기제처럼 직접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수행해나가는 학기제를 만들어주면 학생들이 시간과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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