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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대, 교직원 '장애인 입시 차별' 알고도 경징계

이하늬 기자

부산교대가 재직 중인 직원이 전 직장에서 입시부정을 저질렀던 사실을 알고도 가장 약한 징계를 내리면서, 교육부 차원의 징계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번 징계가 끝난 사안에 대해 다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맞는 적절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이다.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서성일 기자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서성일 기자

경향신문이 28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교대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진주교대 입시부정 사건을 저지른 직원 박모씨에 대해 ‘견책’을 의결했다. 이는 공무원 징계기준 중에 가장 낮은 수위며, 퇴직수당과 퇴직금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앞서 진주교대에서 입학관리팀장으로 재직하던 박씨는 2016~2018년 중증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을 수 차례 조작해 입시부정과 장애인차별 논란이 일었다. 박씨는 2019년 부산교대로 이직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진주교대에 2022년도 총 입학정원 10% 모집정지 처분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부산교대 징계위 결정문을 보면 박씨가 진주교대 재직 당시 중증장애인을 입시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할 것을 입학사정관에게 강요하고, 해당 입학사정관에게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는 내용 등이 징계사유로 나와있다. 징계위는 “성적조작과 여성혐오 발언은 사실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당시 해당 사건은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었다.

그럼에도 징계위는 “감경을 할 수 없는 악행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감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박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과 표창을 받은 공적을 인정해 감경을 결정하고 최종 견책으로 의결했다.

이를 두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징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입시부정을 주도했는데 견책이라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 정도 사안으로는 파면이나 해임이 나와도 노동자측이 처분을 뒤집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징계위 내부에서도 ‘성급한’ 징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었다. 징계위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보통 내부 직원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수사가 진행되면 위계에 의한 죄로 처벌될 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징계를 내려야하는 학교 내부 사정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징계위 간사는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계약이 종료돼 버리면 대학에서 징계를 안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기 보다는 학교를 위한 ‘면피성 징계’를 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해당 위원의 지적처럼 박씨는 부산교대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입시부정(위계공무집행방해)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럼에도 부산교대의 ‘성급한’ 징계 때문에 박씨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추가 조치는 불가능하게 됐다.

서동용 의원은 “학교가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적 문제만 신경쓰다 보니 입시비리라는 본질이 사라졌다”며 “부산교대가 징계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징계수위를 정하는데도 신중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부산교대의 형식적 징계로 장애인 차별과 입시비리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부산교대 관계자는 “본인이 의혹에 대해 인정한 건 맞지만, 징계위 입장에서는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 아니고 자료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당시 징계시효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학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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