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과반 진보교육, 고교학점제 등 새 정부와 갈등 예고

김태훈 기자

‘9 대 8’ 보수 후보 선전…양 진영 모두 ‘단일화 효과’ 톡톡

양분된 교육계, 자사고 전환이냐 존치냐 놓고도 충돌할 듯

서울은 진보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2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선거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은 진보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2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선거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독주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교육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선 후 3개월 만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가 과반을 차지하긴 했으나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혁신교육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고교학점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2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진보 후보는 서울·인천·광주·울산·세종·충남·전남·전북·경남 등 9곳에서 당선됐다. 보수 후보는 부산·대구·대전·경기·강원·충북·경북·제주 등 8곳에서 승리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부산에서는 보수성향 하윤수 후보가, 인천과 경남에선 현직 교육감인 진보성향 도성훈 후보와 박종훈 후보가 당선됐다. 2018년 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14곳을 차지하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보수 후보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서울에서는 진보성향의 조희연 후보가 교육감 3선에 성공했으나 제주·충북·부산 등에선 진보 교육감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패배했다. 경남에서도 진보성향의 현직 교육감인 박종훈 후보가 보수 김상권 후보와 막판까지 초접전을 펼친 끝에 0.4%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경기지역은 교육감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보수성향 임태희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선 양쪽 진영 모두 단일화 효과가 두드러졌다. 서울에선 조전혁·박선영·조영달 등 세 명의 보수 후보 득표율 합계가 50%를 넘었으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조희연 후보의 3선에 일조했다. 역시 진보 교육감이 승리한 충남(김지철)·세종(최교진)에서도 중도·보수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했다. 충북에서는 윤건영 후보가 보수진영 단일화 덕에 8년 만에 보수 교육감 시대를 열게 됐다.

진보 교육감의 세가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주요 정책을 두고 건건이 부딪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는 보완해 추진하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재검토할 방침을 세웠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은 선거 과정에서 자사고 존치 등의 문제로 윤석열 정부와 갈등이 벌어지면 피하지 않겠다는 언급까지 한 바 있다.

진보·보수로 양분된 새 교육감들이 성향에 따라 교육현안을 두고 마찰을 빚을 우려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부각된 기초학력 문제에 대한 해법 역시 그간 진보 교육감들이 시험을 줄인 데 대한 반발로 보수 후보들이 ‘학력평가 강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현장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0년 독주 진보교육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평가하며 “새 교육감들은 기초학력 진단 및 맞춤형 지원, 인성교육 강화, 학교 다양화 및 자율화 등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진보 교육감의 성과를 이으며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 진보교육 담론을 형성하지 못한 것은 한계”라면서도 “특권학교와 교육자유특구를 부활·확대시키려는 시도를 막아내고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교육감들이 일선에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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