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교육·도덕성 치명타…흔들리는 ‘조희연 3기’

남지원 기자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자치교육·도덕성 치명타…흔들리는 ‘조희연 3기’

교육감 임기 반년 만에 ‘직 상실형’
공립대안학교 등 주요 사업 불투명
교육정책 ‘무게’ 정부 쪽에 쏠릴 듯
전교조 “ ‘진보교육 죽이기’ 의혹”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1심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남은 임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죄 판결로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진보교육계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직할 가능성도 생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선거법 위반으로 해직된 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27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육감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 대상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직을 잃는다. 조 교육감의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로,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을 때 대법원에서 교육감직 상실이 확정되면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또 상급심에서 무죄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임기 전반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로 교육계에서는 조 교육감의 3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2018년 재선, 지난해 3선에 성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 교육감 3기 정책으로 서울형 공립대안학교와 기초학력 보장 방안, 토론교육 강화 등을 추진 중인데, 이번 판결로 정책 추진 동력이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거에서 서울시의회 다수를 국민의힘이 차지하면서 조 교육감의 역점사업 예산이 줄줄이 깎인 상황에서 또다시 치명타를 맞았다.

법원이 해직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조 교육감의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도덕성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과거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해직됐던 교사들을 특채 형태로 복직시켰던 관행도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이번 판결은 서울시교육청을 넘어 교육계 전반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등 시·도교육청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안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도 이번 재판을 앞두고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에 대한 유죄 판결로 앞으로 교육정책의 무게추가 정부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될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누구보다 앞장서 초·중등교육 예산 지키기, 교육자치 수호 등을 실천한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와 재판 과정은 ‘진보교육 죽이기’라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감-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직선제로 인한 사법 리스크’도 거론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과거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임기 중 직을 잃었다. 조 교육감도 2015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교육감직을 유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판결은 직선 교육감의 보은성 인사, 정치 성향이 같은 자에 대한 불법 특채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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