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남발에 ‘교사 면책권’ 필요할까

김나연 기자

“생활지도 위축 막아야”vs“아동 보호망 필요”

아동학대 관련 삽화. 경향신문 DB

아동학대 관련 삽화. 경향신문 DB

최근 교육 현장에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원활한 교육활동이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이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등 법안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면 법에 예외 조항을 두면 아동에 대한 보호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아동학대로 신고됐다 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생활지도라면 범죄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또 지자체나 경찰이 조사에 앞서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한다. 김성기 협성대학교 교수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 교육활동 보호 포럼’에서 “생활지도 중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도 아동학대 관련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전체 학생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면책권을 통해) 교원이 두려움 없이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처벌법에 따르면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민원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즉시 수사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당한 교사는 수업 배제나 직위 해제 등 방법으로 해당 아동과 즉시 분리된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교사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겪은 교사 중 유죄가 확정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무분별한 신고로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 호소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5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0%가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 과정 중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본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5%에 달했다.

교사들의 고충이 커지면서 면책권 부여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손덕제 교총 부회장은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직후 지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비난을 받고, 무죄를 받아도 교육력이 저하한다”며 개정안 심의·통과를 촉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법령은 교사의 아동학대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제도”라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아동학대에 관해 법적 예외조항을 두면 학생을 보호할 안전망이 약해진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등 학부모·시민단체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원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그 해결이 아동복지법상 학대 예방을 위한 금지 조항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스쿨미투로 고발된 언어성폭력 가해교사들도 경징계를 받고 교단에 돌아오는 상황이고 현재도 교사의 폭언 등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법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교육분쟁조정위원회 등 별도 기구를 마련해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학교에 아동학대 전담 분쟁조정 전문가를 배치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과 사안을 조정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학교나 교육청에 아동학대전담기구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상임활동가는 지난 12일 ‘학생과 교사의 교육활동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교사의 오해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기구로서의 아동학대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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