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도 뚫린 ‘3차 감염’… 믿지 못할 ‘방역망’

조형국 기자

감염 의심 14번 환자 병실 들어간 의사 35번째 확진

접촉 나흘 만에 자가격리… 병동 1곳 폐쇄·170명 격리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서울시내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메르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초 감염환자가 입원한 지방 중소병원이 아닌 최첨단 시설과 우수 의료진이 밀집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감염된 것은 방역망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D종합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한 의사(38·35번 환자)가 메르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3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D병원을 찾은 14번 환자(35) 옆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하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14번 환자는 메르스 감염이 시작된 B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지난달 27일 D병원으로 왔고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 감염에서도 정부 대처는 한발씩 늦었다. 지난달 27일 14번 환자와 접촉한 D병원 의사는 이틀 뒤 미열 등 증상을 나타냈고 접촉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자택에 격리됐다. 초기 증상 후 자가격리까지 이틀의 공백기간 동안 35번 환자의 행적에 따라 얼마든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35번 환자가) 31일부터 고열·기침·가래 등이 나타나 자가격리가 시작됐다”며 “D병원에서 진료했던 고위험군은 자가격리했고 같은 장소에 있던 이들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3차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2일 격리 관찰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의료기관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D병원이 의료기관 내 감염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내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달 20일, D병원 의사가 감염된 것은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27일이었다. D병원은 14번 환자가 메르스 의심 환자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료진 감염을 예방하지 못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의료진은 정해진 규정에 맞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은 14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감염된 의사가 담당하던 병동 1곳을 폐쇄하고 의료진·접촉 의심 환자 등 170명을 격리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감염병 확산 시 고위험군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진은 지역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어 중요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만큼 의료진에서 감염병이 확인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 국장은 “하루 외래환자가 1만명 이상 들어오는 대형병원의 경우, 간병인이 부족해 가족·보호인이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현실적으로 감염관리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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