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감염’ 초비상
▲ 지난달 27일 도착 후 호흡곤란
승객 등 불특정 다수 전파 우려
정부, 환자 동선도 파악 못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최초 환자에게 감염된 14번 환자(35·남)가 당국에 격리되기 전인 지난달 27일 경기도에서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국은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교통을 통해 밀접 접촉했던 시민 중에 3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서울의 병원에 가기 위해 경기도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홀로 상경했으며 서울에 도착한 뒤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구급차를 불렀다. D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는 병원에 입원했고, 자신의 옆 병상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38·35번 환자)를 감염시켰다.
14번 환자는 5월15~17일 B병원에서 최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2차 감염자다. 최초 환자의 접촉자지만 정부의 초기 격리관찰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환자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환자로 확진돼 격리됐다.
문제는 14번 환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 시점이 5월21일부터라는 것이다. 메르스는 증상이 있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지난달 21일부터 격리된 30일까지 14번 환자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14번 환자는 B병원에서 5월20일 퇴원했다가 발열이 시작돼 21일 다시 입원했다. 22일 B병원에서 퇴원했고 25~27일 또 다른 병원을 거쳐 27일 D병원에 입원했다. 대중교통과 이 병원들에서 14번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14번 환자의 대중교통 이용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4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14번 환자는 5월25~27일 한 의료기관에 입원했다가 상태에 호전이 없어 27일 D병원 응급실에 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2박3일 입원했다가 다른 의료기관 응급실로 갔으니 아마 구급차를 이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4번 환자처럼 사태 초기 정부의 격리관찰 관리망에 포함되지 않았던 감염자가 23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3차 감염자가 언제 어디서 확인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3의 2차 감염자가 3차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미흡했던 초기 대응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책본부는 국내 메르스 전파 속도가 해외보다 빠른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환자 1명이 0.6~0.8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보고됐으나 한국에선 최초 환자가 23명을 감염시켰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관련된 병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권 반장은 “의료기관을 위해서 의료기관명 공개를 꺼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이나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