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천명 대면에 노마스크 승객과 실랑이도…열차 승무원 “우리도 백신 우선접종 필요해요”

글·사진 반기웅 기자

대면호출 급증에 안전 호소

지난 22일 오후 전북 익산역에서 KTX 열차 승무원이 정차 중 무전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전북 익산역에서 KTX 열차 승무원이 정차 중 무전을 하고 있다.

열차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KTX-산천 열차가 용산역에서 출발할 참이었다. “이 열차 대전 갑니까?” 열차 출입문으로 뛰어온 한 남성이 물었다. 무전기를 점검하던 열차 승무원 박진혁씨(43·가명)는 승객에게 대전행 열차 승차 시간과 위치를 알려주고 문을 닫았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발 목포행 열차가 용산역을 떠났다.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260여명. 기관사를 제외한 승무원 2명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 박씨는 주로 냉방시설과 개폐 장치 등 열차 시설을 관리하고, 승무원 조현우씨(30·가명)는 승차권 확인 등 객실 서비스를 담당한다. 두 승무원 모두 최소 30분에 1회 이상 객차를 순회한다.

“손님, 마스크 써주세요. 마스크요, 마스크!” 11호차 통로 간이의자에서 졸고 있던 60대 남성 승객이 눈을 떴다. 잠이 덜 깬 승객은 마스크를 벗은 채 ‘이 열차가 여수 가는 기차냐’고 물었다. 입에서 진한 술냄새가 풍겼다. 5분에 걸친 가벼운 실랑이 끝에 취객은 마스크를 썼다. 승무원 조씨는 “마스크를 안 쓰는 분들이 많다”며 “요즘은 백신 맞았다며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우기는 분이 많아 더 힘들다”고 말했다.

열차 승무원들은 하루 2000명이 넘는 승객과 대면한다. 특히 지난해 코레일이 ‘서비스콜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는 추세다. 서비스콜은 스마트폰으로 방역수칙 위반 등 열차 내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신고하는 ‘승무원 호출 서비스’다. 지난해 8월 전체 566건에 불과했던 서비스콜 접수 신고는 지난 5월 4547건으로 9개월 만에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중 마스크 미착용 신고가 1668건에 달했다.

승무원 호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열차 승무원의 업무는 밀접접촉을 동반한다. 목포행 열차가 출발한 지 40분쯤 지나 조씨의 업무용 휴대폰이 울렸다. 15호차에 시각장애가 있는 승객이 탔으니 목적지인 광주송정역에서 하차를 도와주라는 지시였다.

오송역을 지나자 한 여성 승객이 도움을 청했다. 객차 안에 소리지르는 사람이 있으니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마땅히 바꿀 자리가 없다’고 하자 10분 넘게 마주 서서 불편함을 호소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코레일·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직원은 8명이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자가격리 중인 직원은 22명, 능동감시 직원은 24명이다. 열차 승무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대응할 방법이 없다. 백신 우선접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5일 “열차 승무원은 불특정 다수가 밀집한 감염 위험이 큰 공간에서 일하는 필수노동자”라며 “열차 승무원도 항공 승무원과 마찬가지로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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