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검진’ 논의 6년째 제자리걸음

박효순 기자

검진 통한 간질환 조기발견으로 비용 절감 효과 뚜렷하지만…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진단 땐 항바이러스제로 완치 가능
정부·학계, 2030년까지 퇴치 목표

‘유병률 5% 이상’ 안 돼 대상 제외
“시대 흐름에 안 맞는 정책” 지적

국내 3대 만성간질환(간염, 간경변증, 간암)의 주원인은 과도한 음주와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이다. 국내 성인 가운데 약 150만명은 만성 B형간염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출생 직후 감염되어 40대 이후 간경화(간경변증)·간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도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B형간염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며, C형간염은 항바이러스제로 완치할 수 있다.

제22회 간의날(10월20일)을 맞아 한국간재단(이사장 서동진)과 대한간학회(이사장 이한주)가 지난 20일 마련한 온·오프라인 토론회에서 국내 음주 폐해 예방 사업의 현황과 국내 C형간염 조기 발견 시범사업 및 비용·효과 분석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학회가 2020년 1964년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C형간염 조기 발견 시범사업의 결과 및 비용·효과 분석에 따르면, 2020년 9월과 10월 두 달간 검진에 참여한 10만4918명 중 792명(0.75%)에서 C형간염 항체 양성이 확인되었다. 양성자 중 60% 이상은 과거에 C형간염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70% 이상은 과거에 진단받은 적이 없던 C형간염을 처음 진단받은 사람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순천향대 의대 장영 교수는 “비용·효과 분석에서 모든 대상자를 1회 검진하는 스크린 올(Screen-all) 전략이 검진을 시행하지 않는 전략(No screening)에 비해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가 816만원으로, 임계값인 3583만원보다 훨씬 적어 비용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학계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서동진 이사장은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국가적 검진시스템을 갖춰 C형간염의 진단율과 치료율을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높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C형간염 국가검진 논의는 6년째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2016년부터 정부가 수차례 시범사업을 반복하고 재논의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유병률과 비용효과성 등의 근거 부족을 이유로 6년째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검토를 위한 공식 기구인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C형간염과 관련해 10여년 전 수립된 국가검진 항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유병률 5% 이상의 질병에 해당돼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이는 C형간염 퇴치를 촉구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시대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크다. 미국, 일본, 대만, 독일, 이집트 등은 C형간염을 무료로 검사해주거나 독려하고, 치료를 진행 중이다.

이날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나세연 팀장은 “코로나19 발생 후 국민의 음주 빈도, 음주량이 감소했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혼술·홈술 증가, 저도주 소비 증가와 같은 음주 행태의 변화를 보이며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알코올로 인한 질환 유병률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알코올의 건강 폐해에 대한 대대적인 국민 인식 확산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2013년 처음 나온 ‘한국인 간질환 백서’의 개정판을 발간했다”면서 “급성 및 만성 간염, 알코올 관련 간질환, 지방간, 간경변증, 간암 및 간이식 등 간질환과 관련된 최신 내용을 담아 폭넓게 개정되었다”고 밝혔다. 이한주 이사장(울산대 의대 교수)은 “이번에 개정된 백서는 국내 의학자와 의료인들이 간질환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동참의 메시지”라며 “향후 국가적 간질환 관리정책의 지침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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