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진자 증가 둔화”…‘마지막 방역수단’ 거리두기 조정 논의 착수

허남설·김향미 기자

“더블링 추세 꺾여 증가율 둔화 양상” 분석

 ‘6인·10시’ 제한 조치 조기 완화될 가능성

 위중증·사망 증가 부담…‘이른 판단’ 지적도

2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2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도가 둔화되고 치명률이 낮아 거리두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마지막 남은 방역 조치인 거리두기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오는 13일까지 시행되는 ‘6인·10시’ 제한 조치를 조기에 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규 확진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서며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1주일마다 ‘더블링(2배)’됐던 최근 추세는 꺾였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이 위중증·사망 증가로 이어져 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거리두기 완화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1만9241명 발생하며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지만 “지난주 대비 확진자 증가율이 둔화되는 양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오미크론 검출률이 90%를 넘어 지배종이 된 2월 매주 수요일을 기준으로 보면, 신규 확진자는 2만268명(2일)→4만9548명(9일)→9만439명(16일)→17만1451명(23일)으로 매주 2배 안팎 증가했다. 이에 비해서 이날 확진자 규모는 지난주 대비 30% 증가하는 데 그치며 증가세가 다소 꺾인 건 사실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점이 가까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방역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목표의 관점에서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대본 회의에서 오명돈 국가감염병임상위원장은 60세 이상 연간 사망자 수, 폐렴·결핵·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해 오미크론의 질병 부담이 상당히 낮아진 점을 고려해 방역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손 반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치명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강화할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사망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자문기구인 일상회복지원위원회와 그 산하 방역의료분과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거리두기 조정 필요성을 논의한다. 현행 거리두기 종료 시점(13일)까지 열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일정을 앞당겼다. 이르면 4일 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예상한 유행 정점이 아직 1~2주 가량 남은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신호를 보이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8일 거리두기 연장을 결정하면서 그 기간을 2주가 아닌 3주로 잡은 것에 대해 “대선에 줄 영향과 부담을 고려한 것”(김 총리)이라고 설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방역당국 역시 확진자 증가율 둔화에 대해 “이번주 상황을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2월 주별 위중증 환자는 272명→275명→343명→541명으로, 주간 사망자는 146명→187명→309명→541명으로 모두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위중증·사망은 통상 확진자 증가세와 2~3주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이날 중증병상 가동률은 50.1%로 지난 1월8일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북미·유럽 주요 7개국과 한국의 주간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 아워월드인데이터(https://ourworldindata.org)

북미·유럽 주요 7개국과 한국의 주간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 아워월드인데이터(https://ourworldindata.org)

개학을 맞아 학교발 유행도 변수가 되고 있다. 2월 넷째주 기준 연령대별 인구 대비 발생률은 0~9세가 가장 많고, 10~19세가 그 다음이다. 특히 최근 방역패스 등 미접종자 보호 조치의 폐기는 이 연령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만 12~17세 접종률도 60%대로 아직 낮지만 12세 미만으로는 기본접종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불리는 오미크론 세부계통 ‘BA.2’의 국내 검출률이 10.3%에 이르며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도 지켜볼 지점이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량이 한계에 달한 점도 방역관리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지난 1일 검사량은 105만건에 달해 하루 최대 검사 역량(85만건)을 넘었다. 검사 역량을 초과하면서 검사 후 결과 통보에 걸리는 시간이 24시간에서 2~3일로 늘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국은 의료진이 실시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확진 판정 수단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기사| 한계치 도달한 PCR 검사건수···이틀 걸리는 PCR ‘뉴노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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