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지나니 또 새 변이 가능성…‘델타크론’은 얼마나 독한가

김향미·민서영 기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 3D 이미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 3D 이미지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한 가운데 새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이 향후 방역정책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언제든지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언급하면서 언제, 얼마나 독한 변이가 또 나타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세부계통인 BA.2형(스텔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았고, 프랑스·덴마크 등 해외에선 델타와 오미크론의 재조합 변이인 ‘델타크론’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델타크론의 경우 아직까진 발생건수가 적고 또다른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새 변이 유행과 면역력 감소 시기가 겹칠 경우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정 청장이 예시로 든 변이는 ‘델타크론’으로, 지난 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생 사례를 공식화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진단분석단 검체분석팀이 작성한 ‘주간 건강과 질병’ 자료를 보면 ‘델타크론’은 3월13일 기준 세부계통과 발생 지역에 따라 6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대표적인 게 델타 세부계통 AY.4와 오미크론 세부계통 BA.2가 재조합된 변이다. 1월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54건이 보고됐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가 3건을 별도로 분리·배양해 관찰한 결과, 3명 환자 모두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보였다. 그 중 2명은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이외에 지난해 11월~올 2월 사이에 미국에서 두 가지 유형(각 7건, 1건), 호주에서 한 가지 유형(7건)의 델타크론이 확인됐다. 영국에서도 두 가지 다른 유형의 델타크론(각 34건, 3건)이 보고됐다. 브라질(2건)과 태국(76건)에서도 델타크론이 확인됐다고 각국 보건당국이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에선 오미크론 세부계통 BA.1과 BA.2 사이의 재조합 변이가 보고됐다.

<주간 건강과 질병>(3.24), 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3.24), 질병관리청

아직까지 국내에서 델타크론 등 재조합 변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름만 보면 델타와 오미크론 특성이 결합돼 위험한 변이로 비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1월부터 존재했음에도 발생 건수가 매우 적고, 대체로 오미크론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방대본은 “WHO,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영국 생어연구소 등에 따르면 각각의 델타크론 변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건수가 적고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없다”며 “델타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오미크론 변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 또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항체 형성을 통해 델타크론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의 변이가 잦아 새 변이 출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020년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후 알파형, 베타형, 감마형, 델타형, 오미크론형 등의 변이가 등장했다. 새 변이는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해 유행을 주도했고, 감염 규모는 점점 커졌다. 알파형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5배 높았고, 델타는 알파보다 전파력이 1.6배 높았다. 오미크론 전파력은 델타보다 2~3배, BA.2의 전파력은 오미크론보다 1.3~1.5배 강하다. 델타는 알파보다 입원율이 높았으나,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델타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미크론 세부계통 BA.2가 어느새 전 세계 유행을 이끌면서, 유행정점을 지나 유행 규모가 감소했던 영국 등에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의 최고의료책임자인 크리스 위티 박사는 지난 23일 “2년 내에 오미크론보다 더 나쁜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ARS-CoV-2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다”며 “오는 5~6월쯤 새 변이가 등장해 다시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려 변이’만 5개 등장했고, 델타플러스나 델타크론 등 ‘관심 변이’가 숱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전염력은 빨라지고 중증도는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이가 나왔지만, 델타처럼 전파력·중증도가 같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 그 예측이 항상 맞지는 않다”며 “치료제나 백신 등이 변이에 무력해질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유행 확산 중인데 방역조치를 풀어 규모를 더 키웠던 지난 방역정책 등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통해 변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면역력 감소 시기와 새 변이 출현 시기가 겹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대한백신학회 온라인학술대회에서 “이번 대유행 후 인구집단의 40% 정도가 감염을 통한 면역을 획득했을 것이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오미크론 대유행의 감소세 이후 중간 정도 규모의 유행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SARS-CoV-2의 자체적인 중증화 감소보다는 백신 접종과 과거 감염의 효과가 전체적인 중증화율 감소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며 “면역 감소와 사회적 중재의 중단, 새로운 변이 등장 시점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으며, 이러한 시점이 겹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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