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코로나 각자도생’ 하라는 정부

이유진 기자

지원금 줄이고 격리 땐 연차 소진

시민들 “형평 어긋난 대책” 분통

‘대통령 축제 참석’엔 비판 목소리

<b>검사 기다리는 군장병들</b> 군장병들이 18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성동훈 기자

검사 기다리는 군장병들 군장병들이 18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성동훈 기자

직장인 이모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7월 말에 가려던 해외여행을 취소했다. 확진 이력이 없는 이씨는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시 격리기간은 연차로 소진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력도 강하다고 해서 여름휴가도 집에서 쉬는 걸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지인 중에는 확진됐지만 집에서 계속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며 “정부 지원금도 축소된 마당에 ‘이럴 거면 진작 걸렸어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재감염 사례도 늘면서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계획했던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자발적 거리 두기를 결정한 이들은 정부와 회사의 지원 감소에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정부가 ‘7일 격리’ 의무는 유지하면서도 각종 지원은 축소한 것을 두고 형평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5일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인 1인 가구 A씨(31)는 “끼니를 배달로 해결 중인데 물가가 오르면서 배달비를 포함해 하루 3만원 이상 드는 것 같다”며 “재택치료비도 환자 부담이라고 해서 약국에서 사둔 상비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월급이 200만원대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그는 “지금으로선 생활지원금 대상자에 어떻게 해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b>백신 맞는 시민</b>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50대로 확대된 18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백신 맞는 시민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50대로 확대된 18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날부터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이에 대한 반응도 회의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55)는 “3차 접종까지 완료했고, 아직 코로나19에 확진되지 않았다”며 “굳이 백신을 또 맞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백신 휴가를 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이대로 지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의 한 병원은 “현재까지 4차 접종 예약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리 두기 조치를 재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다만 낮아진 경각심과 느슨한 방역에 따른 불안에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거리 두기 전면 해제 이후 속속 열리고 있는 대규모 행사를 대표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온라인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요즘 같은 때 지역축제에 대통령이 꼭 가야 하냐’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울산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씨(40)는 “대통령이 인파 속에서 마스크도 안 끼고 축사하는 사진을 봤는데, 위기의식이 전혀 안 느껴졌다”며 “거리 두기를 다시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이러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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