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늘어나면 비인기과 갈까요”

전지현·박채연 기자

‘정원 확대’ 의대생 반응

“인기과 경쟁만 부추길 것”
“큰 이슈로 다가오지 않아”
집단행동 조짐 없이 차분

정부가 지역·필수 의료 부족 문제 해법으로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집어 들었지만 의대생들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논의에 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를 중심으로 동맹휴학·국가고시 응시 거부 등 반대의 뜻을 표했던 것과 대비된다. 의대생들은 “3년 전만큼 집단행동을 할 기미가 들끓어 오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증원을 한다고 비인기과로 학생들이 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20년에는 전공의·전문의들이 먼저 움직인 후 의대생들이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현재는 반대 의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공유될 뿐 뚜렷한 집단행동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1학년 A씨는 24일 “당장 내 성적으로 어느 과, 어느 병원을 갈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이슈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3년 전 집단행동의 기억이 피로감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당시엔 우리 의료를 위한다는 나름의 정의감에 차서 동참했지만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바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래서 이후에 ‘내가 너무 휩쓸리지 않았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인력이 필수 의료 분과로 이동할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필수적인 의료 분과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비인기과로 일컬어진다. 비인기과에 뜻을 품었다가도 해당 의료진의 열악한 상황을 목도하면 의지가 꺾이는 일이 허다하다고 했다.

한 지방의대 본과 1학년 이모씨는 “산부인과 등 비인기과는 일이 훨씬 힘들고 박봉인데, 의료 소송을 걸리는 일도 빈번하다고 들었다”며 “매력을 느끼다가도 교수님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B씨도 “흉부외과에 관심이 많았지만 길이 너무 좁더라”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된 후 대학병원에 남으려면 펠로를 하고 교수가 돼야 하는데, (이 과정을) 마친 학생 모두를 교수로 뽑아주는 것도 아니고 대형병원을 벗어나서는 흉부외과 의사로 일할 곳도 없다”고 했다.

의대생들은 필수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안이 의대 증원과 더불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내과를 지망하는 지방의대 본과 4학년 C씨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병원의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것인데, 그에 대한 고민 없이 ‘증원하겠다’라고 하는 게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단순 인원 수 증가는 인기과의 경쟁 과열을 부를 뿐이지, 비인기과 인력 확대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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