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키우는 전공의들···야당서 ‘협의체’ 구성 제안 나오지만

김향미 기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1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사직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1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사직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후 두 달 가까이 침묵하던 전공의들이 최근 며칠새 연달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원점 재검토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유지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으로 수련하다 사직한 류옥하다씨는 1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류옥씨는 “전공의 절반 정도는 복귀의향이 있다고 본다”면서 전공의 노동조합 결성·파업권 보장, 업무개시명령 등의 강제노동 조항 폐지, 군의관·공중보건의 복무기간 단축,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복귀 조건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생명을 살리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라며 “‘환자를 버리고’‘환자 목숨을 담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데, 어떤 의사가 그런가. 더 이상 의료체계가 회복불능의 상태가 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류옥씨는 “갈수록 전공의 수련을 완전히 포기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그 비율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사명감’으로 필수의료에 복무하기에는 수련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너무 부족하고,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직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로 환자와 시민들이 의사를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류옥씨는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환경’과 관련해 “제모, 환자 이송, 영상 촬영 등의 업무를 (병원이 각 직군을 채용하지 않고) 전공의들에게 부담하게 해 수련 질을 떨어지게 한다”거나 “커피 타기, 운전하기, 인쇄 등 ‘가짜노동’으로 인한 수련 실효성이 없다”는 응답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5일엔 분당차병원을 사직한 정근영씨를 비롯한 전공의 2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정씨는 “정부의 폭압적이고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강행을 보면서 전문의 수련 후에도 이 나라의 의료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과 교수들을 향해서도 ‘전공의 착취’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전공의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입장(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을 지지하며 최종적으로는 대전협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여당의 총선 참패가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며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변화 기미가 감지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만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었으나 브리핑은 개최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 국회 역시 역할론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16일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의료계와 정부, 여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의·당·정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의료계는 정부가 정책 추진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또한 의료계는 이러한 협의체에 야당이나 시민사회가 참여하면 의료계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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