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벗어난 야행성, 컴맹에 휴대폰 안써…김길태 ‘오리무중’

부산 | 권기정 기자

부산 여중생 납치살인 피의자 김길태씨(33)의 행방이 지난 3일 종적을 감춘 뒤 묘연하다.

경찰은 9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사건현장 일대에 1500명을 동시에 투입, ‘그물망식 수색’을 펼쳤으나 김씨를 추적할 만한 구체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 앞서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연인원 2만여명을 동원해 사건 발생지역은 물론 인근 야산까지 수색했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이처럼 경찰이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일반 상식을 벗어난 김씨의 행적과 습성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연고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수사가 쉽지 않다. 김씨는 두살 때인 1978년 부산 주례동 모 교회 앞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 현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입양했다. 길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길태’다. 입양아라는 사실을 안 김씨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고교 2년을 중퇴할 때까지 친한 친구가 거의 없었다.

낮에는 좀체 움직이지 않는 야행성향인 점도 그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김씨의 범죄는 거의 새벽에 이뤄졌다. 2001년 납치 성폭행과 지난 1월 성폭행 모두 새벽 4~5시 사이에 저질렀다. 사람이 많은 곳을 회피하는 공황증세로 수감시절 치료를 받기도 했다. 출소 후 자신의 옥탑방에서 한 달 동안 한 차례도 외출을 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11년간의 오랜 수감생활로 운전면허, 휴대전화, 신용카드, 컴퓨터 등과도 거리가 멀다. 연락 수단은 공중전화가 전부이고 이른바 ‘컴맹’이어서 통신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부터 달리기와 싸움질을 잘했고 감방에서 팔굽혀펴기와 권투로 몸을 다져 민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3.5m의 담장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경찰을 따돌렸다. 안경과 모자 등을 이용한 변장술이 능하고 상의는 후드티를 즐겨 입는다. 바지는 청바지와 검은색 계통을 주로 착용한다. 라면이나 자장면을 즐겨 먹는다.

경찰은 “낮에는 숨어 지내며 폐가나 빈집에서 잠을 자고, 먹을것과 입을것을 훔칠 때는 야간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 좁은 골목길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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