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갇힌 300여명 이동 가능했는데… 해경, 아무도 선체 진입 안 했다

목포 | 강현석 기자

검찰이 포착한 해경의 ‘소극적 구조’ 정황

첫 도착 때 배 45도만 기울어…바깥 승객만 구조

깨진 창문으로 안을 보기만 하는 등 ‘40여분 허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할 때 배 안에는 무려 302명의 탑승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구조된 사람은 172명이었고 이 숫자는 26일 동안 변함이 없다. 2명은 사고 직후 숨진 채 발견됐다. 세월호 전체 탑승객(476명)의 63%가 구조를 위해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당시 배 안에 있던 탑승객들은 무려 47분 동안 해경의 구조 상황만 지켜봤다. 86% 정도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선내로 진입해 승객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지시한 해경은 없었다. 검찰이 해경이 ‘부실구조’를 했다고 결론 내린 이유다.

지난달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헬기 B511호였다. 구조 전문요원인 ‘항공구조사’ 1명도 동승했다. 오전 9시30분 현장에 도착한 헬기는 세월호 오른쪽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검찰 분석에 따르면 세월호는 이때 왼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었다.

[단독]갇힌 300여명 이동 가능했는데… 해경, 아무도 선체 진입 안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무리 없이 이동이 가능했던 탑승객들은 선체 난간 등을 타고 올라와 헬기에서 내려준 구조 바구니를 탔다. 구조사는 승객들이 바구니에 탈 수 있도록 돕는 데에만 치중했다. 해경의 상황일지에는 B511 헬기가 오전 9시45분에 승선원 6명을 구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5분 동안 겨우 6명의 목숨을 구한 더딘 구조였다.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3대의 헬기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폈지만 구조한 탑승객은 24명인 것으로 상황일지에 나와 있다.

헬기 다음으로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의 대처도 미흡했다. 해경 14명이 타고 있던 123정은 오전 9시35분쯤 세월호에 도착했다. 당시 경비정이 찍은 동영상에는 갑판에 나와 있는 승객이 1명도 없었다.

하지만 객실이 시작되는 왼쪽 3층 난간은 아직 물에 잠기지 않았고 기관부 선원들이 해경이 도착한 것을 보고 나와 있었다. 오전 9시42분까지 고무보트는 이곳에서 10명을 태웠다. 배가 더 기울기는 했지만 사람의 이동도 가능했다. 사고 해역에 구명뗏목이 펴져 있지 않자 123정 이모 경사는 오전 9시44분 선미 3층 난간을 통해 세월호에 올랐다. 그는 4층 갑판까지 올라간 뒤 난간을 넘어 선수 쪽에 있는 구명뗏목 2개를 발로 차 떨어뜨렸다. 이 시간만 3분 정도 됐다.

승객들이 탈출 안내를 받았다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잡고 이동이 가능했다는 것을 해경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일부 승객들은 4층 난간으로 나와 바다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검찰도 분석을 통해 오전 9시45분 세월호가 62도 기울었지만 사람 이동은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전 9시46분쯤 선수에 있는 조타실 쪽으로 가 선원 10명을 태운 123정은 오전 10시6분 조타실 밑 선실에 승객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끼와 망치로 유리창을 깼다. 하지만 해경은 승객 7명의 탈출을 도왔을 뿐 이곳을 통해 선내로 들어가지 않았다. 해경 최정예 구조요원인 항공구조사들도 잠수복을 입고 있었지만 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선체에 진입하지 않았다. 오전 10시8분쯤부터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전남도 어업지도선 단정이 찍은 동영상에는 이들이 오전 10시22분까지 배 밖에서 승객들을 돕는 장면만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47분 동안 해경이 승객 구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배 위에서 깨진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만 보는 등 구조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영상도 다수 분석하고 있다”며 사실상 해경을 상대로 한 수사 준비를 마쳤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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