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밸리 ‘우울한 월요일’

성남 | 경태영 기자

직장인들 사고 현장서 묵념… “오랫동안 마음 무거울 것”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20일 오전 8시50분쯤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몰 야외광장 앞.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환풍구 사고 이후 첫 월요일인 이날 회사원들의 출근길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사고가 난 야외광장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지만 사고 현장인 환풍구 주변은 노란 통제선이 둘러쳐진 채 의경들이 지키고 있었다. 사고 환풍구 앞에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흰 국화꽃 일곱 다발과 화분 두 개가 물기를 머금은 채 놓여 있었다. 전날 국화 두 송이가 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가 늘고 있다.

사고 환풍구 주변 길에는 쌓여가는 국화꽃만큼이나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의 애달픈 마음도 쌓이고 있었다.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누군가 가져다 놓은 국화꽃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사고 현장 인근 기업 회사원 이성진씨(36)는 “매일 지나다녔던 길인데 이 길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며 “비를 맞고 있는 국화꽃을 보니 마음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경비를 서던 김모 의경(24)은 “잠시 멈춰서 짧게 묵념하는 회사원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870개 업체 5만8000여명이 근무하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건물 앞 흡연구역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일부 회사에서는 출근하자마자 동료의 발인을 지켜보기 위해 빈소로 향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모씨(27) 등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모 회사 관계자는 “회사 임직원들의 상실감이 커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책임감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판교테크노밸리지원본부 오모씨(38)의 책상은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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