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원 ‘특수통’ 배치…국정농단 수사검사 전원 영전

구교형·유희곤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검찰의 사정 중추 역할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검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팀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이 전원 특수수사통으로 채워지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은 전례없는 ‘특수통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적폐청산’을 앞세운 국정농단 재수사,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방산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수사가 예상되고 있다.

■국정농단·국정원 수사검사 전진 배치

법무부는 10일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51·26기)을 서울중앙지검 2차장,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44·27기)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하는 등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538명과 평검사 3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17일자로 단행했다. 2·3차장 보다 먼저 부임한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53·25기)도 이날 인사로 정식 발령이 났다.

공안수사를 지휘하게 된 박찬호 신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금융조세조사1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공안통이 독식해온 2차장 자리를 박 부장이 꿰찬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도 2차장 산하 공안2부장(진재선)과 공공형사수사부장(김성훈)으로 복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겨냥한 국정원 댓글 사건 재조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 부서에서 해당 수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수수사를 지휘할 한동훈 신임 3차장은 윤 지검장과 함께 박영수 특검에서 손발을 맞춘 특수통이다. 새로 특수1부장(신자용)과 특수3부장(양석조), 특수4부장(김창진)에 임명된 검사들도 모두 특검에 파견된 이력이 있다.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에 승진·전보된 이들 중에도 특검 파견검사가 3명이나 된다. 특검 파견검사들이 특수수사 라인에 대거 포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농단 재수사’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우병우 라인’ 좌천…검찰개혁 대비

검찰 내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은 대거 지방으로 좌천됐다. 지난해 11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사 당시 ‘황제조사’ 논란을 빚은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45·27기)은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에, 최근 발견된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서’ 작성자인 이영상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44·29기)은 대구지검 형사3부장에 전보됐다. 과거 대검·서울중앙지검 등 요직으로 가는 지름길이던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은 ‘돈 봉투 사건’에 휘말려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로 발령났다.

검찰총장 직할부대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장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부장검사(손영배)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소속 범죄정보1담당관에는 문무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신상팀장(예세민)이 각각 전보됐다. ‘검찰의 입’인 대검 대변인은 주영환 특수단 1팀장(47·27기)이 맡았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상기 장관의 연대 후배인 문홍성 대전지검 특수부장(49·26기)이 임명됐다. 검찰개혁 이행을 위해 신설된 대검 검찰개혁추진단장과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 자리도 채워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검찰개혁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인사가 검찰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대형 수사를 밀어붙일 ‘승부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통이 집중 배치된 것을 두고 문 총장이 대외적으로 선언한 ‘형사부 강화’ 방침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등 특정 수사에 참여하거나 문 총장이나 윤 지검장 등과 개인적인 근무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과거 문제사건 검사들 영전·복귀

2008년 광우병 문제를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했던 송경호 수원지검 특수부장(47·29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에 전보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인다. 당시 법정에 섰던 MBC 조능희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검사는 항소심에서 자기들을 ‘정치검사’라고 칭했다고 저의 최후진술을 고함치며 막았다”며 “검찰개혁 이런식으로 잘 될 까요”라고 밝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관여했던 공안부 검사들이 수사 일선에 복귀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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