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강송 군락 방어에 사활 거는 진화대···“불길 서남쪽 진행을 막아라”

글·사진 백경열 기자

 바람 타고 불씨 마을까지

 화선 넓어 진화 쉽지 않아

“큰 불길 번지지 않게 총력”

울진·삼척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울진·삼척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7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금강송군락지와 가장 가까운 마을 중 한 곳이다. 마을 서쪽은 산림당국이 ‘핵심보호지역 저지선’으로 설정해 놓은 금강송군락지 사수를 위한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이 마을 동편 산등성이 너머에서는 마치 거대한 구름층처럼 희뿌연 연기가 계속 올라왔다. 연기는 대부분 수직 방향으로만 피어올라 하늘로 퍼져 나갔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연기는 한동안 정체돼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진화용 물주머니를 실은 헬기들은 꼬리를 물고 마을 위를 비행하면서 연기가 발생한 곳까지 접근한 뒤 교대로 물을 뿌려댔다. 한 시야에 들어오는 헬기가 많게는 6~7대에 달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마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짙은 연기 때문에 하늘을 비행하는 헬기의 모습 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 ‘두두두’하는 엔진소음만 울리기도 했다.

보건진료소가 있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 경기와 충북 등지에서 온 화재 진압차량 등 20여대가 눈에 띄었다. 경찰은 마을 곳곳에서 일반인의 화재 현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 마을 안쪽에서는 다목적 산불진화방제 차량이 남은 불씨를 끄면서 산 뒤쪽의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의 불씨가 마을 주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림리와 맞붙어 있는 두천리·상당리·덕구리 등에도 10여대 이상씩의 소방차 등이 배치되고 소방대원들이 불씨를 끄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충북 제천에서 산불 진압을 위해 왔다는 한 소방관은 “다행히 민가 쪽으로 산불이 번질 우려는 어느 정도 제거한 것으로 안다”면서 “오늘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로 큰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보건진료소 인근에 7일 오전 화재진화차량 등이 대기하고 있다. 산불이 금강송 군락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헬기가 공중에서 진화 작전을 펴고 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보건진료소 인근에 7일 오전 화재진화차량 등이 대기하고 있다. 산불이 금강송 군락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헬기가 공중에서 진화 작전을 펴고 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이날 잔불들이 서남쪽까지 확산될 경우 금강송 군락지까지 화마가 덮칠 것을 우려해 공중과 지상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산림당국은 8일 오전까지 대왕소나무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서쪽지역의 불길을 반드시 제압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오후부터는 강한 동풍이 불 것으로 예보돼 군락지가 다시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강송면 주변 지역 산불의 ‘화선’이 워낙 넓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강송 군락지는 울진읍 서쪽에 위치해 있다. 한 진화대는 “이미 불이 난 지역의 진화도 중요하지만, 불씨가 아예 금강송 군락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게 목표여서 동료들이 쉴새 없이 물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송 군락지 보호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소광리 금강송 가치가 재질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할 만큼 중요한데다, 군락지 인근 500여m까지 날아드는 등 위험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강송 역시 다른 소나무 처럼 송진액이 마치 기름 처럼 매우 불에 취약해 한 번 산불이 옮겨 붙으면 순식간에 확산한다.

금강송 군락지는 모두 2247ha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노송 8만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수령이 520년인 보호수 2그루를 비롯해 수령 350년의 미인송 등 1000만여그루 이상의 다양한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지름이 60㎝ 이상 되는 금강송도 1600여그루나 된다.

울진군은 금강송 보호와 관광자원화를 위해 2015년 4월 기존 ‘서면’인 행정구역 명칭을 ‘금강송면’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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