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4번째 사망자 유족 “아들이 피해자인줄 꿈에도 몰랐다” 오열

박준철 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발인

유서엔 “먼저 간다·길냥이 부탁드린다”

지난달 1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3명의 추모제가 인천 주안역에서 열렸다.|박준철기자

지난달 1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3명의 추모제가 인천 주안역에서 열렸다.|박준철기자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하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4번째 숨진 A씨(45)의 발인식이 26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만 참석한 채 열렸다. 빈소에는 조화 2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A씨는 이날 인천가족병원에서 한 줌의 재가 됐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 아버지 B씨(78)는 “아들은 마음이 착한 데다 내성적이라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며 “아들이 미추홀구에 살고 있어 혹시나 하긴 했지만, 전세사기를 당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B씨는 “아들은 길냥이를 데려다 치료해주고 이 고양이가 낳은 새끼까지 같이 키우고 있었다”며 “아들이 전세사기 피해자인 줄 알았다면 함께 대책이라도 세웠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유서에 “아버지 어머니 갑니다. 고양이 2마리 부탁해요”라는 내용과 아파트 비밀번호만 적어뒀다. B씨는 “아들이 전세사기로 혼자 마음 고생 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다시는 전세사기로 아들과 같은 사망자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의 한 도로 차 안에서 지난 24일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는 미추홀구 4번째 전세사기 피해자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는 지난 2월 1명, 지난달 2명이 잇따라 숨졌다. 석 달 새 A씨를 포함해 4명이 숨진 것이다.

A씨가 살던 미추홀구 아파트는 통째로 경매로 넘어갔다. 2700여채를 소유한 남모씨(61)의 소유다. 남씨는 미추홀구에서 533가구의 전세보증금 43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전세보증금 6200만원 가운데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 낙찰되더라도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밖에 못 받는다. 나머지 3500만원은 떼일 위기에 처했다. 인천토박이로 인천에서 대학을 나와 2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이 이 아파트 전세보증금이다.

B씨는 “아들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전세사기 동향은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지난달 25일 부평에 있는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후순위 임차인인데 구제 방안이 있느냐’며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상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특별법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저리 대출이나 긴급 주거 중 하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A씨는 확인서를 받지 않았고, 경찰에 피해 신고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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