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산사태 매몰자 1명 발견…장대비에 수색 애먹어

이홍근·김현수 기자

자택서 불과 10m 떨어진 곳

숨진 아내 이어 주검으로

주민들 안타까움에 울먹

“내 부모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주세요. 다만 여러분들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사태가 마을을 덮친 지 나흘째인 18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흰돌마을’은 흙탕물길을 따라 조각조각 찢겨 있었다. 산이 토해낸 돌덩이들과 진흙, 차량 앞면이 구겨진 채 처박힌 트럭, 구부러진 철근들이 지점토로 뭉쳐놓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었다. 한 경찰관은 흙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보며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흰돌마을에서 실종됐던 장모씨(69)는 이날 오후 3시35분쯤 흙더미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가 발견된 곳은 자택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이었으나 농기계와 건축 자재, 흙더미가 엉켜있어 탐침봉으로 찾기 어려웠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날 크레인 등 중장비를 투입해 폐품 뭉치를 들어낸 후에야 장씨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끊임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정강이 높이로 쌓인 흙이 펄밭으로 변해 수색 대원들의 장화를 빨아들이면서 대원들은 이리저리 휘청였다. 마을 초입 도로는 이미 반으로 쪼개져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태였는데, 그 사이로 토사물이 섞인 물이 줄줄 흘러 추가 붕괴도 우려됐다. 박씨는 “아무래도 비가 계속 오면 속도가 안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장씨의 소식을 듣고 슬픔에 빠져 있었다. 이웃 주민 김정숙씨(72)는 장씨를 “동네 봉사를 많이 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김씨는 “(장씨가) 기술이 좋아서 아궁이와 난로 등을 고쳐주고 착한 일도 많이 했다”면서 “두 내외가 애석하게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동네 어른도 잘 살피고 환경도 걱정해 비닐 소각도 신경써서 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마을 이장 황보성씨(68)는 “순식간에 친구 두 명을 잃었다”며 울먹였다. 백석리에서 사망한 6명 중 1명은 황보씨의 초등학교 친구였다. 장씨 역시 20년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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