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장·노년층 득표에 한몫 ‘기초연금’ 대폭 후퇴… 복지공약 전면 파기 기로에

송윤경 기자

‘20만원 일괄 지급’서 차등지급… 반발 거셀 듯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책임 표명해야 할 문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파기 수순에 들어갔다. 공약의 이행방안을 발표하기 직전에 복지 수장인 진영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기초연금 공약의 파괴력을 감안하면 파장이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당장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공약에 대한 책임을 표명해야 하는 문제”(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은 지난 대선에서 노년층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세대 전쟁’으로까지 묘사됐던 대선에서 20~40대는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더 기울었다. 박 대통령의 득표율을 끌어올린 사람들은 50대와 6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었다. 이들을 투표소로 이끌게 한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약속이 바로 기초연금 공약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 기초연금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서명을 진행했는데 노인들이 이제껏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차량 차단기가 굳게 내려져 있다. 차단기는 꽉 막힌 정국을, 도로의 우회 표시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의 축소·파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차량 차단기가 굳게 내려져 있다. 차단기는 꽉 막힌 정국을, 도로의 우회 표시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의 축소·파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정부의 기초연금 이행방안은 오는 26일 공식 발표된다. 하지만 ‘20만원 일괄지급’안을 버리고 소득하위 30%에게만 2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소득하위 70~80%에게는 소득이나 국민연금액과 연계해 최대 20만원 이내에서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월 ‘사회적 합의’를 명목으로 구성됐던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4개월간 논의를 거쳤다며 합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규모를 ‘65세 이상 전체’에서 70~80%로 줄이고, 차등지급안도 이행 방안에 포함시켜 “복지공약 파기의 길만 열어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3개월 뒤 정부는 행복연금위가 꺼냈던 ‘공약파기안’ 선택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소득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느냐, 국민연금 수령액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공약을 안 하느니만 못했다”(김 부위원장)는 질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초노령연금법은 2028년에 기초노령연금액이 지금의 20만원 수준이 되게끔 명시하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의 공약이 없었어도 15년 후에는 65세 노인의 70%가 현재의 20만원과 같은 가치의 돈을 일괄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를 현 정부가 바꿀 경우 외려 소득하위 30~70%에 해당되는 이들은 15년 뒤 받을 수 있는 만큼보다 덜 받게 된다.

대선 때 장·노년층 득표에 한몫 ‘기초연금’ 대폭 후퇴… 복지공약 전면 파기 기로에

오 위원장은 “복지의 주요 축은 보육, 급식, 노인복지인데 그중 보육과 급식은 보편복지의 흐름이 만들어진 상태”라면서 “지금의 준보편적인 기초연금을 선별적인 복지로 구조화할 경우 지금까지의 복지 흐름을 뒤로 돌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안이 나올 경우 “국민연금을 빼앗는다”는 비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참여연대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21개 시민·노동단체와 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액 연계안은 현재 20~40대의 공적연금액을 최대 3분의 1 삭감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소득이 많은 국민연금 10년 가입자에겐 기초연금을 주고, 소득 적은 국민연금 20년 가입자에게선 기초연금을 빼앗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에서 촉발된 복지공약 파기의 파동이 심상찮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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