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직위해제, 출석 통보… 작전하듯 파업 대응

박철응 기자

정부·코레일, 파업 노조원에 초강경 조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 파업 첫날인 지난 9일 오전 “집 나간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일터로 속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날 곧바로 194명의 노조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으며, 저녁에는 파업 참가자와 노조 집행부 등 4356명을 직위해제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10일 경찰은 코레일이 고소한 파업 참가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며 3회 이상 합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키로 했다.

코레일은 추가로 파악되는 파업 참가자들에게 똑같이 직위해제 조치를 할 예정이다. 철도노조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파업 참가 인원은 1만명가량에 이른다. 2009년 파업 당시 1만1588명을 징계하고 169명을 해고했던 최악의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코레일, 경찰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군사작전’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파업에 앞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짓고 “무책임하게 불법 파업에 동참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이번 파업에 대해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게 목적이므로 불법이라고 일찌감치 규정했다. 코레일과 사업 구간이 겹치는 수서발 KTX 운영사가 코레일 투자로 설립되면 근로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수서발 KTX라는 수익 기회를 포기하고 황금노선이 민영화된다면 코레일 적자가 심화되고 결국 구조조정과 해고 압박 등 근로조건과 직결될 수 있다”면서 “불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코레일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한 것도 무고죄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의 상고심에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수차례 예고하고 쟁의 절차를 밟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소·고발이나 직위해제 조치는 조금이라도 일찍 파업을 종료하고 직원들이 현업에 돌아와서 피해를 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코레일과 철도노조만의 대결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서민과 박근혜 정권의 대결”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철도 민영화를 시작으로 의료, 가스, 전기, 연금 민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정권이 지금과 같이 불법, 불통, 독단으로 일관한다면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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