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노동자”…대선 앞두고 노동계 화두 된 ‘누구나 근로기준법’

고희진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계약관계나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라 제기돼 공론화될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노동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변화에 따라 1953년 제정된 낡은 노동법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7일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제2조 개정 입법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68년 만에 사상 최초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근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한다”며 “(현행 근기법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은) 유령같은 존재가 아니라 당당하게 노동자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2조1항1호는 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플랫폼 업체가 활성화되면서 사업장과 계약을 맺지 않고도 사실상 업체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배달·사무 등 영역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근기법 2조에 해당되지 않아 이를 기반으로 해석되는 다수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입법추진단은 개정 근기법 2조1항1호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했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뤄지며, 노무제공자가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해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라는 점을 사용자가 입증할 때에는 노무제공자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일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누구나 노동자로 추정하되, 노동자가 아니라는 증명은 사업주가 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전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선 노동공약 1호로 발표한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현행 근기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인 ‘피고용자’(Employee)를 ‘일하는 사람’(Worker)으로 바꾸고, 계약관계나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노동하는 사람 모두 노동법 테두리에서 보호해야 할 노동자로 본다는 것이다. 현행 근기법 11조는 적용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심 의원은 공약을 발표하며 “노동권은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며 “일해서 번 돈으로 삶을 영위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예술인, 소상공인까지 모두 노동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내용을 신노동법 체계로 설명하며 “지난 68년 동안 노동의 종류가 다양화됐고 노동형태가 복잡해졌다”며 “이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노동법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선 과정에서 노동계의 주요 사항인 근기법 개정 문제가 본격 논의될 지 주목된다. 근기법이 규정하는 노동자의 범위와 사업장 기준 등은 노조법, 중대재해처벌법,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 등 다양한 노동관계법의 기본이 되면서 법의 혜택에서 벗어난 노동자를 양산해왔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노동계는 지난해 정부가 ‘자유롭게 노조 할 권리’ 등을 담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지만, 노조법도 노동자 정의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예정한 총파업의 주요 요구내용 중 하나로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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