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신고했다고 ‘역고소’…10명 중 2명 “보복 갑질 있었다”읽음

고희진 기자

노동청 신고 등 이유 ‘불이익’

올해 신고 건수 34.6% 달해

불합리한 처우 처벌 강화해야

20대 여성 A씨는 2019년 12월 파견업체를 통해 한 회사에 입사한 뒤, 상사에게서 강제추행 및 지속적인 언어 성희롱을 당했다. 지난해 이 사실을 회사 대표 등에게 알렸으나, 오히려 해고당했다. A씨는 이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A씨가 가해자를 경찰서에 강제추행 건으로 신고한 사건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는 불기소 처분이 되자마자 A씨를 무고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가해자의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A씨는 사건 이후 약 2년 동안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5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7~14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4%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e메일 제보 1001건 중 회사나 노동청 신고까지 이어진 사건 402건을 살펴본 결과 신고를 이유로 노동자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139건으로 신고 건수 대비 34.6%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복 갑질’이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4301건 중 피해 신고 후 불이익을 당한 경우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건수는 15건에 불과했다.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법률 조언을 함께했던 직장갑질119는 해당 사건이 ‘역고소 협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가해자들이 역고소를 하는 이유는 피해자를 겁주기 위해서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협박하는 경우는 신고를 취하하게 만들기 위한 협박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어지더라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무고죄 성립은 매우 어렵고 손해배상도 인정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인 보복 갑질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성희롱과 괴롭힘은 그 증거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아 오히려 회사나 가해자가 무고로 역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고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권리 행사를 가장한 불리한 처우라면 적극적으로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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