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절반은 경제활동인구…그마저도 ‘인종화된 노동’

이혜리 기자
지난해 9월27일 오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지난해 9월27일 오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한국 남성과의 결혼으로 본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의 절반은 수입을 위해 일을 하는 경제활동인구이고, 출신국별로 하는 일이 달라지는 ‘인종화된 노동’ 현상이 존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결혼이주여성 노동실태와 현황’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그동안 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실태파악은 한국어 교육 등 적응 지원이나 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돌봄 노동 차원에서 주로 다뤄졌으며 전반적인 노동실태가 부각된 적은 없다. 윤자호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원자료를 결혼이민자(F-6 비자)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결혼이주여성 중 48%는 수입을 위해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 중인 경제활동인구(취업자 44.2%, 실업자 3.8%)로 분류됐다. 한국 체류기간이 길수록 취업자 비율이 높았는데 연령대로 따지면 50~59세가 62.4%로 가장 취업자가 많았다. 한국생활 중 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경제활동인구(취업자 27.7%, 실업자 33.5%)가 비경제활동인구(24%)보다 높았다.

출신국별로 하는 일이 달라지는 ‘인종화된 노동’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 산업의 종류로 따져보면, 한국계 중국인(중국동포)과 중국 출신의 경우 도소매·음식숙박업 비율이 40%대 후반으로 높았다. 반면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출신은 광·제조업 비율이 각각 62.1%, 51%, 53%로 높았다. 태국과 캄보디아 출신은 광·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다른 집단에 비해 농림·어업 종사자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윤 연구위원은 “인종화된 노동 현상의 저변에는 결혼이주여성 개인의 성향, 이주 시기, 공공 취업 알선기관과 지원단체 등 제도권의 영향, 사업장 환경, 한국어 구사 능력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라며 “결혼이주여성 노동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구체적 직업 형태를 봤더니 10명 중 4명(40.3%)은 단순노무 종사자로 나타났다.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 출신은 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율이 높고 베트남·필리핀 출신은 기능·기계조작·조립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농림·어업의 경우 무급가족종사자(66.9%)의 비율이 높았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자신에게 수입이 오지 않더라도 가족의 사업을 돕는 노동자다. 주당 노동시간은 40~50시간이 48.1%로 가장 많았는데,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이 21.1%나 됐다. 윤 연구위원은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와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초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월 평균 임금은 100만~200만원 미만이 52.5%로 절반 이상이었다. 200만~300만원 미만은 30.8%, 100만원 미만은 14.2%였다. 300만원 이상은 2.5%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고용보험 미가입률은 39%, 산재보험 미가입률은 33.7%였다.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의 경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률이 감소했다. 장시간 노동에 사회안전망 배제라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노동계에선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제재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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