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의 결혼으로 본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의 절반은 수입을 위해 일을 하는 경제활동인구이고, 출신국별로 하는 일이 달라지는 ‘인종화된 노동’ 현상이 존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결혼이주여성 노동실태와 현황’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그동안 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실태파악은 한국어 교육 등 적응 지원이나 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돌봄 노동 차원에서 주로 다뤄졌으며 전반적인 노동실태가 부각된 적은 없다. 윤자호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원자료를 결혼이민자(F-6 비자)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결혼이주여성 중 48%는 수입을 위해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 중인 경제활동인구(취업자 44.2%, 실업자 3.8%)로 분류됐다. 한국 체류기간이 길수록 취업자 비율이 높았는데 연령대로 따지면 50~59세가 62.4%로 가장 취업자가 많았다. 한국생활 중 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경제활동인구(취업자 27.7%, 실업자 33.5%)가 비경제활동인구(24%)보다 높았다.
출신국별로 하는 일이 달라지는 ‘인종화된 노동’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 산업의 종류로 따져보면, 한국계 중국인(중국동포)과 중국 출신의 경우 도소매·음식숙박업 비율이 40%대 후반으로 높았다. 반면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출신은 광·제조업 비율이 각각 62.1%, 51%, 53%로 높았다. 태국과 캄보디아 출신은 광·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다른 집단에 비해 농림·어업 종사자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윤 연구위원은 “인종화된 노동 현상의 저변에는 결혼이주여성 개인의 성향, 이주 시기, 공공 취업 알선기관과 지원단체 등 제도권의 영향, 사업장 환경, 한국어 구사 능력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라며 “결혼이주여성 노동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구체적 직업 형태를 봤더니 10명 중 4명(40.3%)은 단순노무 종사자로 나타났다.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 출신은 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율이 높고 베트남·필리핀 출신은 기능·기계조작·조립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농림·어업의 경우 무급가족종사자(66.9%)의 비율이 높았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자신에게 수입이 오지 않더라도 가족의 사업을 돕는 노동자다. 주당 노동시간은 40~50시간이 48.1%로 가장 많았는데,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이 21.1%나 됐다. 윤 연구위원은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와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초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월 평균 임금은 100만~200만원 미만이 52.5%로 절반 이상이었다. 200만~300만원 미만은 30.8%, 100만원 미만은 14.2%였다. 300만원 이상은 2.5%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고용보험 미가입률은 39%, 산재보험 미가입률은 33.7%였다.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의 경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률이 감소했다. 장시간 노동에 사회안전망 배제라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노동계에선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제재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