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MZ 소통 추구하다 ‘주 69시간제 역풍’…정부·여당에 “다양한 청년 목소리 들어라”

조문희 기자
‘선택적’ MZ 소통 추구하다 ‘주 69시간제 역풍’…정부·여당에 “다양한 청년 목소리 들어라”

“정부는 선택적, 편향적 간담회를 하고 있습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이 2일 ‘정부가 MZ(밀레니얼+Z세대)세대 의견을 듣고 있다’고 기자가 말하자 내놓은 답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급하게 MZ세대 의견 청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초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주 69시간제’로 불리며 여론이 악화했다. 소위 ‘MZ 노조’로 불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도 “주 69시간제는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입법예고에 맞섰다.

하지만 이후 노동부와 국민의힘이 만난 MZ 노동자는 다양하지 않았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새로고침을 만났고, 22일 재차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1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열고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을 패널로 불렀다. 새로고침은 LG전자 사람중심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정규직·사무직 노조의 연합체다.

정부·여당은 생산직 중심 노조의 MZ세대 노동자는 만나지 않았다. 라이더유니온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와의 만남도 없었다. 이 장관이 비정규직, 파견용역직 등 정규직 울타리 바깥 노동자를 만난 건 지난달 24일 청년유니온이 유일했다. 노동부가 만남 전날 일방적으로 비공개 회동을 제안하면서 그마저도 공개 비판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간담회에 왜 양대노조 소속 MZ 노동자는 부르지 않느냐”고 따졌다.

편애해왔던 ‘새로고침’마저
주 69시간제 입법예고 비판

급히 MZ 의견 청취했지만
여전히 생산직 노조는 외면

편향적 의견 수렴하는 동안
불평등·일자리 문제 지워져

윤 대통령은 이전까지 꾸준히 청년 노동자를 만났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대선캠프 청년보좌역들과 간담회를 했고, 대선 직후인 그해 3월엔 당선인 신분으로 청년 무역인들을 만났다. 같은 해 12월엔 지지층 청년 200명을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했고, 올 2월엔 MZ세대 공무원 150명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고 했지만 무역인, 정치인, 공무원을 ‘노동 약자’로 분류하긴 어렵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다”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정책 결정권자가 수렴하는 의견이 편향적이어선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만남 자리의 내용은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 의지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은 지지층 청년에게 “3대 개혁 중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은 노동개혁”이라며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고, MZ 공무원에게는 “노조 간부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 장사하는 불법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자리에서는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 등의 발언도 했다. ‘노조=기득권=약탈세력’과 ‘청년=미래=피해자’라는 이분법이 엿보였을 뿐, 윤 대통령이 이들 청년에게서 어떤 의견을 수렴했는지는 의문으로남았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은 “정부가 새로고침을 MZ 노조라고 호명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했는데 계산한 대로 안 되니 화들짝 놀란 것 같다”며 “장시간 노동은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반대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등 방향을 미리 잡아둔 채 찬성해줄 듯한 사람 위주로 만나려다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정부가) MZ를 취사선택하는 동안 ‘청년 문제’라는 이름에 집약됐던 사회경제적 불평등, 일자리 문제는 지워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다양한 청년과 만나 정책을 구상하길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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