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폭몰이’ 후 사측과 대화 더 어려워져”

김송이·이유진 기자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세종로 일대 3만여명 모여

‘분신 사망’ 양회동씨 추모

노조 탄압 책임자 처벌 촉구

<b>정부를 향한 외침</b>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는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정부를 향한 외침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는 총파업 대회를 열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단결투쟁’ ‘열사정신 계승’ 등이 쓰인 빨간 띠를 두른 건설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30년 경력의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53)를 시청역 8번 출구 인근에서 만났다.

강씨는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 근무 환경이 달라졌다. 사측과도 크게 다툴 일은 없었다. “법 지키라는 건데 서로 얼굴 붉힐 게 뭡니까. 근데 요즘은 대화가 어려워졌어요.”

강씨가 말한 ‘요즘’은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건폭몰이’가 시작된 이후다. 그는 “전에는 현장에서 대우해주고, 노동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못하게 했다”며 “지금은 불법을 자행하게 만든다. (사측이) 원하는 걸 안 하거나 손해를 끼치면 ‘건폭’이라는 말이 돌아온다”고 했다.

20년 경력의 목수 최모씨(47)도 경기 양주시에서 팀원들과 상경했다. 최씨는 비록 2년차 노조원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원청이나 단종사(전문 건설회사)가 노조 조합원은 안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노조원 일당은 4분의 1 정도 덜 주겠다고 압력을 넣었다. 다 정부가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 최씨와 같은 건설노동자 3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이날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건설노조는 오후 2시부터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노조탄압 강압수사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 무대에 오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현장은 건설자본 이익을 위해 과거로 회귀하고 있으며 (수사기관은) 건설현장에서 15차례나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건설노동자의 투쟁은 인간 존엄을 파괴하려는 저들과 맞서는 싸움”이라고 했다.

노동절인 지난 1일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양회동씨에 대한 추모와 책임자 처벌 요구도 이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우리를 거리로, 죽음으로 내몰았기에 이 자리에 (우리가) 있다”며 “양회동 열사가 염원한 세상은 건설노동자가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탄압 중단 및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 해체, 고용개선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이 노조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함에 따라 조합원 2000여명은 오후 8시30분부터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해 오후 9시30분쯤 삼각지역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세종대로로 복귀해 농성을 이어갔다. 참가자 일부는 17일 오후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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