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비키니 시위’에 대한 성인식이 문제였다

정봉주 전 의원(52)의 석방을 촉구하는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시위’ 논란은 사진의 선정성보다 성을 화제로 삼은 패널들의 발언이 문제를 키웠다.

지난 20일 정봉주 전 의원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www.freebongju.net)’ 사이트에는 ‘푸른귀’라는 아이디를 가진 회원이 비키니 차림으로 정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사진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시위 형식인 데다 모피 반대시위에 나선 외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나체시위를 연상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의 공연 ‘어느 위대할 정치인을 위한 칸타타’가 지난 29일 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논란은 김용민 시사평론가(38)의 지난 21일 방송 발언부터 시작됐다. 그는 ‘나꼼수-봉주(정봉주 특집) 3회’에서 “정봉주 전 의원께서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신다”며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다른 회원들이 비키니·속옷 차림으로 가슴 부위를 찍은 사진을 잇달아 올렸다. 다른 인증샷들은 많아야 조회수 3000건가량에 머무는 데 반해 이들이 올린 ‘비키니 시위’ 사진은 조회수 2만~3만건을 넘기며 다른 사이트로 퍼져 나갔다.

또 다른 패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27일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을 적은 정 전 의원 교도소 접견신청서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나꼼수> 패널들이 평소 욕설과 비속어를 내뱉더라도 그들만의 ‘B급 정서’로 용인했던 누리꾼들은 이번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패널들의 발언을 문제삼고 사과를 요구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비키니 사진을 보낸 사람들은 이를 스스로 시위라고 판단했고 자발적 선택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꼼수>에서 수영복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 것은 (<나꼼수>를) 지지하며 듣는 여성들을 청취자가 아니라 여성으로 성적 대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처럼 청취자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약자들의 설움을 대변하고자 했던 <나꼼수>의 문제의식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일종의 B급 문화를 자신의 캐릭터로 갖고 있는 맥락에서 보면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일 수도 있다”며 “다만 피해당사자 내지는 약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가가 중요하며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내 일부 인사들의 여성관에 대한 비판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돼 왔다.

<오빠는 필요없다>의 저자 전희경씨는 논문 ‘사회운동의 가부장성과 여성주의 정체성의 형성’을 통해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이라는 거대한 적을 향하여 모든 사람이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서 여성 문제는 부차적이고 사소한 문제로 간주되고 많은 문제 제기들이 분파주의 또는 분열주의로 매도당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