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민영화, 지분 70% 보유 방문진 빠진 기형적 논의

정환보 기자

방문진 이사들·MBC 입장

MBC는 정수장학회와 민영화 방안을 협의하면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올해 안에 MBC 상장 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 상장시킬 방침이라고 장학회에 통보했다. 그러나 방문진 이사진은 “민영화 방안은 듣도 보도 못했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MBC는 13일 공식 자료를 내고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만나 MBC 민영화와 정수장학회 지분 처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MBC는 “1~2년 전부터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민영화를 포함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경우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 기업이기 때문에 매각대금을 부산·경남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고, MBC 지분 30%의 경우 매각대금의 이자 200억~300억원을 전국의 대학생 반값 등록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 앞에서 14일 한 사진기자가 사무실 내부를 취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 앞에서 14일 한 사진기자가 사무실 내부를 취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그러나 MBC는 지분 70%를 갖고 있는 방문진에는 민영화 계획을 설명하지 않았다.

야당 추천인 권미혁 방문진 이사는 “이진숙 본부장이 최필립 이사장한테 민영화 안을 들고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민영화 문제는)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강욱 이사도 “최 이사장에게 MBC를 내년에 상장하겠다고 얘기했다는데 이건 아들이 아버지 재산을 팔아먹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충일 이사는 “법적 권한이 있는 사람(방문진 이사)이 논의를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아무 권한도 없는 김재철 사장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차기환 이사는 “지방 MBC 2개를 합병하는 문제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드는데 MBC 민영화는 시급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가 자체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있다. MBC는 1980년 공영방송으로 전환됐다. 1987년 여야 합의로 방송법을 만든 뒤 1988년 12월 KBS가 갖고 있던 MBC 주식 70%를 처분하면서 독립적인 공영방송 체제가 마련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MBC 지분 매각은 현행 ‘방송법’상 국민의 합의, 국회의 동의, 정부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민영화 논의를 이벤트 형식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 여론도 있다. MBC 민영화 논의를 일부 경영진의 계산된 시나리오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은 “한 달 전부터 MBC 내부에서 비슷한 얘기(민영화)가 나온 데다 오는 19일에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민영화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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