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홀연히 사랑 놓고 총총…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홀연히 사랑 놓고 총총…

21일 오후 전주 노송동사무소에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남자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지하주차장 입구 화단에 가보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화단에는 1만원권 8백만원과 동전 51만3천1백21원이 든 돼지 저금통 3개가 담긴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쇼핑백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불우한 이웃에게 저희 가족의 작은 정성을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얼굴 없는 천사의 값진 선물은 올해로 7년째다.

지난 2000년 4월 통합 이전인 중노 2동 사무소에 초등학교 남학생이 찾아왔다. 이 학생은 민원대에 58만4천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올려놓고 금세 사라졌다. 이듬해 12월26일에도 74만2천8백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익명으로 동사무소에 전달됐다. 2002년에는 5월과 12월 두 차례나 천사가 찾아왔다.

2003년과 2004년, 그리고 폭설과 혹한으로 움츠렸던 지난해 겨울에도 천사의 방문은 이어졌다. 그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은 8차례에 걸쳐 3천3백73만원에 이른다.

40대 천사가 초등학생을 보냈는지, 초등학생과 40대 남자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인지 궁금증은 매년 커졌지만 아직까지 천사의 신분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달랑 전화 한 통을 걸고 쇼핑백을 전한 뒤 총총 사라져 버렸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선 천사의 정체를 놓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신념을 가진 종교인, 마음씨 착한 사업가나 기업인,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 등 이런 저런 추측만 나오고 있다.

지난해 행정동 통폐합으로 중노 2동 사무소가 노송동사무소로 통폐합되면서 문을 닫는 바람에 천사 발길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동사무소 이름이 바뀌고 위치도 달라졌지만 성금이 든 쇼핑백은 전달됐다.

노송동사무소 장경옥 동장은 “연말이면 아름다운 선행을 지속해 가는 얼굴 없는 천사를 기다리게 돼 버렸다”면서 “남몰래 사랑을 전하려는 뜻을 살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성금이 쓰여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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