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 물의 빚을 때마다 ‘뇌물성 기부’

김준기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보유 중인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 지도층의 기부행위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재산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놓는 기부문화는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섰다. 그러나 기업 총수들의 기부문화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기보다는 여론의 압박이나 자신이 처한 곤궁한 입장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많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69) 일가는 2006년 2월 800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세웠다. 삼성은 조건 없는 사회환원이라고 강조했지만 당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와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인 ‘X파일’ 문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된 시기였다. 이 회장은 또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차명재산 중 세금을 내고 나머지는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과 이 회장은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기부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73)은 글로비스 비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앞둔 2006년 4월 사재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는 2007년 5월 정 회장에게 “사회봉사로 8400억원을 내라”는 판결과 함께 형을 감해줬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깨져 정 회장이 사재를 기부할 의무는 없어졌지만 정 회장은 당초 기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장학사업과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하는 해비치재단을 설립해 1500억원가량을 기부했지만 당초 약속보다 기부액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재계에 공생발전을 압박하던 지난 8월 5000억원을 재단에 추가로 내놨다.

앞서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60)도 현금 300억원과 주식 1700억원을 출연해 사회공헌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현대중공업(2500억원)과 범현대가 인사들의 출연금을 더해 50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정 의원이 사회 지도층의 사회기부에 앞장서기 위해 기업 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을 내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이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라는 점 때문에 기부행위는 순수성을 의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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