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에 넋 잃은 정치권

장은교 기자

환영·긴장… “재단 설립 땐 돈·인물 몰릴 것” 해석 분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주식 기부가 정치권에 다시 한번 긴장과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 원장이 당분간 공개적인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장 비정치적인 행위로 커다란 정치적 파장을 몰고왔기 때문이다.

‘기성정치의 시각’으로 볼 때 최대 관심은 안 원장의 주식 기부가 정치적 활동 기반으로 연결될지에 맞춰진다. 안 원장은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고 몇 명의 인사들이 안 원장과 뜻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기부가 종잣돈이 돼 가칭 ‘안철수 재단’이 설립되면 안 원장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 활동과 인맥의 축이 될 수 있다. 재단에는 돈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좋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모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철수 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모두 주시하고 있는 제3세력 중심의 창당과 안철수 재단을 견줘보는 시선도 여의도에서는 나오고 있다.

<b>FTA 농성 격려 박근혜 “기부는 좋은 일”</b>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 합의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FTA 농성 격려 박근혜 “기부는 좋은 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 합의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일”이라는 안 원장의 설명과 상관없이,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표를 훌륭한 정치적 이벤트로 보고 있다. 안 원장에게 이런 정치적 조언을 할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멘토가 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55)에게 후보를 양보하면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폭등했다며 “강남좌파”로 명명했다. 그런 꼬집기가 무색하게 안 원장은 정치 참여 논란 후 주가가 오른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졌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재산 논란을 털고 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주식 기부는 안 원장의 소신이겠지만, 때를 지금으로 한 것에는 분명히 조언해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환영과 긴장, 침묵, 무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는 15일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개의치 않고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고, 친박계 다른 의원은 “이수성이 서울대 총장 했다고,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 해봤다고 대통령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연상된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여권 쇄신파는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원희룡 최고위원(47)은 트위터에 “일파만파의 울림을 부르는 진정한 내공. 한 사람의 땀과 눈물로 피의 결정체가 보석으로 빛난다”고 밝혔다. 남경필 최고위원(46)은 “아름다운 일… 그의 공적 헌신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고, 홍정욱 의원(41)은 “경의를 표한다. 기부는 절대선, 비판은 정계입문 전에 사재 절반 환원해본 분들만 하시길”이라고 적었다. 지난 8월 5000억원 기부 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60)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잘하신 것”이라며 “안 교수가 너무 늦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부자 클럽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특별한 공식 반응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54)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극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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