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기부 늘었지만, 부유층 ‘도덕적 의무’엔 소극

김향미·김형규·박은하·정희완 기자

증세 없이 부자 선의에만 기대선 양극화 해결 안돼

“전통적 기부는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시혜적으로 나눠주는 것이라면, 미래의 기부는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고, 사회 각 구성요소들(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지난해 11월 아름다운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당시 안 원장의 강연을 들은 청중 602명이 낸 참가비(1인당 1만5000원)는 모두 기부됐다. 강연에 앞서 한 달간 포털 네이버에 명사 16명이 기부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8391개의 답글이 올라올 만큼 기부를 둘러싼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1500억원 상당의 주식 기부의사를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경기 수원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도착한 뒤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수원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500억원 상당의 주식 기부의사를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경기 수원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도착한 뒤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수원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법정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집계한 기부금액은 지난 10여년간 10배 이상 늘었다.

1999년 공동모금회의 개인모금액은 162억원(76.1%), 기업모금액은 51억원(23.9%)으로 총 213억원이었다. 지난해엔 개인모금액 1119억원(33%), 기업모금액 2276억원(67%)으로 모두 3395억원이 모였다.

아름다운재단은 지난해 (주)한국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해 성인남녀 1035명을 면접조사한 뒤 ‘기빙 코리아 2010’을 발표했다. 2000년 1인당 평균 기부금은 9만9000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18만2000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기부금이 많이 몰리는 대학에도 소액 기부가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 기업에서 도움을 줬고 2000년대 이후로는 동문들의 기부가 늘고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도 기업 기부는 한계가 있으니 소액으로 많은 분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부금이 유명 대학에만 몰리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기업 기부금은 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 집중된다”며 “특히 (산학협력이 가능한) 카이스트나 포스텍(포항공대) 등 이공계 대학에 더 많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심지어 서울대 내에서도 단과대별로 차이가 크다. 지난해 공대·경영대에 들어온 기부금은 자연대보다 5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기부 늘었지만, 부유층 ‘도덕적 의무’엔 소극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문화가 확산됐지만 부유층의 기부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2008년부터 1억원 이상 개인 기부자들을 ‘아너 소사이어티’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까지 66명이 등록됐는데, 2008년 이전까지는 모금회에 고액을 기부하는 개인은 거의 없었다. 아름다운재단은 “유산 기부 등 미진한 영역을 중심으로 자산가들의 기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부를 양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빈곤은 구조적·정치적 문제인 만큼 복지예산 확대, 부유층 증세 같은 근본적 대안 없이 ‘부자의 선의’에 기대어 개인적·비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돌보는 책임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가 연결되는 방식에서 기부·봉사 등 개인적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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