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는 안철수, 작아지는 정치

박홍두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이 15일 오전 9시25분쯤 경기 수원시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마주쳤다. 전날 1500억원대 재산 기부를 결정한 뒤 그에게 세간의 시선이 쏠린 것이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일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며 “저의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사회공헌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 일을 행동에 옮긴 것뿐이다. 그렇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짧게 말한 뒤 ‘재산 사회환원을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추가 환원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자신의 기부가 ‘대선행보 시작, 안철수신당 추진’ 등의 해석을 낳는 것을 차단하고, ‘책임과 사회공헌’이라는 점을 재천명한 것이다.

1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에 있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에 있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이 정치·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기부는 다시 그의 존재감을 키웠다. 정치 행위가 아닌데도 정치적 시선이 쏠리고, 기성 정당은 안철수 바람을 목도하고 긴장하고 위축되고 있다. 4년간 이어진 ‘박근혜 대세론’을 허물고 시민들에게 ‘변화·공감’의 키워드를 던진 안철수, 안철수 현상, 안철수 리더십의 힘이다.

여도 야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부는 절대선”(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라는 전제가 걸리고, 대선주자 주변에서만 시샘·침묵·냉소가 섞일 뿐이다. 기부가 안 원장 지지층을 강화시키고, 관망층의 공감을 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던진 안철수연구소 주식은 15일 상한가를 쳤다. 대선 행보로 보는 시각이 얹혀 시장에서는 ‘정치적 주가’ ‘기부 주가’가 더해졌다는 풀이도 나온다.

안 원장의 사회 참여는 그간 청춘콘서트→10·26 서울시장 시민단일후보 양보→1500억원대 재산 환원으로 이어졌다. 전국 27개 도시를 돌며 2030세대와 마주했던 그의 마지막 인사말은 “젊은이들에게 미안합니다”였다.

지지율 50%인 사람이 5%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단일후보를 양보했고,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에 써 달라”며 직접 일군 재산 1500억원을 내놓았다. 안 원장은 편지글에 정치·국가·지도층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기득권층 개조의 ‘마중물’이길 바랐다. 청춘콘서트가 20~30대의 멘토로, ‘통 큰 양보’는 ‘새정치’로, 재산 사회 환원은 나눔으로 지지층에 인식된 배경이다.

참여·양보·기부라는 적극적 실천을 통해 대중과의 공감이 쌓이면서, 그의 대권 에너지는 계속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가 촉발하는 공감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긍정적 힘을 낳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기존 엘리트들과 달리 안 원장의 행보는 탈권위주의적이고 변화를 바라는 대중 요구에 일치한다”며 “동감이 감동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