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소수의 사람만 비난할 것 아니라 시스템 구축이 중요”

인터파크도서 북DB 정윤영 객원기자
인터파크도서 북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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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온갖 의문과 의혹에도 진실은 멀기만 하다. 그날을 함께 지켜본 사람들은 여전히 궁금하다. 2014년 4월 16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년 전 그날의 진실을 추적한 백서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 출간됐다. 집필을 맡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10시 30분 침몰하기까지 101분의 시간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관련한 기록물만 15만 장. 당연히 구조될 거라고 생각했던 승객들 모습부터 도주한 선원들의 대화, 해경과 해경 지휘부와의 대화와 사고 소식을 들은 청해진 해운의 태도까지 기록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70~80년대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단체인 ’진실의 힘’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손을 잡고, ’시민’ 기록자들이 힘을 모아 세상에 펴낸 책. 기획을 맡은 ’진실의 힘’ 이사랑 간사와 기록팀의 일원이었던 박다영 작가를 만났다. 기록팀은 작업하는 동안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끊임없이 닥쳐왔지만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사람들처럼은 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버텼다며, 할 수 있는 힘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제 ’그날의 기록’을 접한 사람들이 진실을 듣는 귀가 되고 진실을 전하는 입이 되어보기를 바라본다.


Q ‘진실의 힘’에서 이 책을 기획했는데요, ‘진실의 힘’은 어떤 곳인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이사랑 : ’진실의 힘’은 70, 80년대 독재정권에서 간첩조작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었어요. 국가의 불법행위에 항의하고 진상규명을 여러 번 했던 경험이 있고, 그래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단체죠. 세월호 프로젝트는 2015년 5월 세월호 관련 재판이 끝나갈 무렵에 안산 단원고 고 박수현 학생 아버지인 박종대 아버님을 만나면서 시작됐어요.

아버님이 세월호 관련한 기록을 총체적으로 보는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진실의 힘 설립자의 삶과 길이 유가족과 겹치는 걸 느꼈고, 그래서 프로젝트를 결성했어요. 기록이 굉장히 많아서 프로젝트 초반은 기록을 읽고 파악하는 과정이었고요. 이 기록과 상황을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책으로 내게 됐죠. 그래야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관련된 기록물만 15만 장이에요. 여러 이유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박다영 : 감정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어요. 기록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그걸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웠죠. 책을 보면 거의 1분 단위로 상황이 전개돼요. 그게 한 자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여러 자료에서 나온 거고, 또 팩트 체크를 해야 하고…. 우리가 현장에서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상황들에서 사실을 구별해야 해서 그게 오래 걸렸고 가장 많이 논의를 했죠.

이사랑 : 당연히 감정적으로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어떻게 기록을 정리할지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협업을 했기 때문에 잘 정리할 수 있었어요. 자료를 보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지혜가 발휘됐거든요. 날카로운 정은주 한겨레21 기자의 취재 정신이 있었고, 오랫동안 진상규명을 해온 송소연 진실의 힘 이사님과 시민단체의 힘도 있었고요, 인권법조인 조용환 변호사의 예리함도 있었어요.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각자의 힘을 모아 기록을 정리했어요.

박다영 : 예를 들어서 같은 상황에 대해서 선원들 진술이 다른 부분이 있었거든요. 선원이 해경 배에 올라타서 자기가 선원임을 밝혔다는 상황이 있어요. 선원 재판에서는 자기들한테 불리한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는데, 해경 재판에서는 선원임을 밝혔다는 얘기를 해요. 두 재판을 같이 보면서 사실의 조각들을 찾아나갔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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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록을 정리하고 분석할 때 시간 오차를 바로잡는 게 중요했다는 건 어떤 내용인가요?

박다영 : 흩어진 기록들을 모으다 보니까 시간 오차를 찾았어요. 검찰이나 법원, 감사원 등 세월호를 조사한 기관들이 많았는데, 그 오차를 바로잡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 기관들도 기록들을 모아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데 1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생사가 오갔던 거잖아요. 그런 이유에서 시간 오차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시간 오차를 강조한 거죠.

Q 책은 5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렇게 구성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사랑 : 1부는 ’그날, 101분의 기록’인데요, 4월 16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자세하게 기록했어요. 101분 동안 있었던 일을 거의 분 단위로 재현했는데, 그걸 읽으면서 생기는 궁금증이 있겠죠. ’왜 구하지 못했지?’ ’왜 그렇게 큰 배가 침몰한 걸까?’ ’이렇게 위험한 배가 어떻게 바다에 떴지?’ 그럼 마지막으로 드는 질문은 결국 이거죠. ’사람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질문의 흐름에 따라 구성됐고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공유하려고 주석을 넣었어요. 나중에 이 책을 가지고 사람들이 기록을 시작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달아놨죠.

Q 세월호와 관련한 의문과 의혹들이 많잖아요. 책을 읽어보니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도 있고요. 특히 해경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의혹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기록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박다영 : 일부러 구조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잖아요. 123정이 멀리 떨어져서 방관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게 어떤 한 구조세력의 문제라기보다 전체 구조세력이 자기 역할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해경의 태도와 관련해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것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해경의 잘못을 확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경 한 명의 태도보다는 전체를 봤을 때 구조하지 않는 태도를 확인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VTS(해상교통관제센터)는 관제시간에 세월호가 기울어지는 상황을 가장 먼저 목격했어야 했는데 보지 못했고, 또 현장에 출동한 세력은 구조 계획 없이 출동해서 구조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상황실은 상부에서 요구하는 것만 보고하고 있었고. 이런 게 총집합된 문제 같아요. 그건 청해진해운도 마찬가지예요. 이윤에 골몰해서 안전이나 승객을 신경 쓰지 못하고 운행하다가 결국 사고가 난 거죠. 화물 적재 방법부터 관리 감독까지, 그날 화물 실린 것도 문제가 많았는데 ’양호’로 표시해서 출항한 걸 보면 해경과 똑같이 전체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Q 해경의 태도 외에도 의문점들이 많이 있어요. 그 내용을 부록에 담기도 하셨는데, 어떤 의문점들이 있나요?

박다영 :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부록으로 구성했어요. 해경이 했던 거짓말은 언론에도 보도됐는데, 해경이 조사받을 때마다 제출한 녹취록이 기관마다 다 달라요. 문제는 원본 음성도 같이 제출했는데 이걸 받은 기관이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거죠. 원본 음성은 안 듣고 해경이 제출한 녹취록만 본 거예요. 기관에서 찾지 못한 내용을 저희가 원본 음성을 들으면서 찾게 된 거죠.

또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항적도는 침몰의 원인을 풀 수 있는 열쇠인데도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잖아요.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분석해서 당시 항적이 어땠는지 설명했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객관적으로 정리했어요. 청해진해운과 관련한 ’국정원 개입설’도 어떤 이유에서 이런 설이 나왔는지 정리했는데, 풀리지 못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이사랑 : 결국 결론은, 지금 갖고 있는 자료가 이러하니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자료를 다 갖고 있는 게 아니고 조사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저희는 시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거죠. 이런 의문에 대해서 조사기관에서 정밀한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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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76명이 모두 탈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9분 28초’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어요.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구조할 수 있었다는 객관적 근거가 있는 건가요?

박다영 : 재판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퇴선 명령이 이루어졌다면 사람이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고 몇 분 걸렸을 거라고 예상한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물론 그대로 실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굉장히 보수적으로 탈출 실행을 설정한 거거든요. 예를 들면,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졌잖아요. 그럼 특정 시각에 4층은 잠겨서 탈출할 수 없고 5층은 높아서 뛰어내릴 수 없다는 식으로 탈출 경로를 설정했어요. 그런데도 모두 탈출하는 데 9분이면 된다고 했거든요.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는 아니겠지만 퇴선 명령을 했더라면 탈출할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요.

해경은 구조하지 않았지만, 어선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구조했거든요. 세월호에 바짝 붙어서 홋줄(배가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는 줄)을 던지기도 하고 아이들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쓴 거예요. 해경 123정에도 홋줄은 있었고 대원도 13명이 있었어요. 구조가 가능했던 거죠. 책 5부에서 ’구조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 건 상징적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객관적 자료 근거가 있는 얘기예요. 퇴선 방송만 했어도, 침몰할 때 누구라도 나올 수 있게 창문만 깼어도 됐는데, 아무도 그걸 하지 않은 거죠. 그런데 그건 해경과 선원들이 해야 하는 임무잖아요. 최소한의 임무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거고, 이어서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낸 거예요.

Q 2012년에 일어난 이탈리아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침몰사고(2012년 1월 13일 이탈리아 근해에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와 충돌한 뒤 좌초. 승객과 승무원 4200여 명 중 32명 사망.)와 비교해보면 정말 가슴 아파요.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기록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이사랑 : 큰 사고가 일어나면 여러 가지 사회 문제점이 보이잖아요. 세월호도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를 보여주는 거죠. 일단 돈이 우선인 태도 때문에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고. 또 구조세력인 해경도 적극적으로 구조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어요. 그건 남들은 하지 않는 튀는 행동을 하지 못한 거라고 봐요. 다른 행동을 했다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죠.

박다영 : 세월호에서 서로 구조해준 승객들이 있잖아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챙기고 서로 조끼 입으라고 챙겨주고 자기 조끼를 벗어주기도 하거든요. 그런 장면을 보면서는 그래도 뭔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게 우리가 더 집중해서 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고요.

Q 지금 세월호 청문회와 관련 재판들이 있는데요, 책임자 처벌도 없고 대충 덮으려고 하는 걸 보면 아쉬움이 많이 들어요. 앞으로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이사랑 : 재판이 끝났으면 진상규명이 됐다는 합의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유가족이나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어요. 재판을 통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배상·보상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 이것까지가 진상규명이고 사건이 정리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자도 처벌을 못한 거죠.

해경도 처벌받은 건 123정장 한 명이잖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 났는지 전체적으로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처벌받았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소수의 사람을 비난해서 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거고, 또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내가 어떤 입장이 될지 모르는 거죠. 나라면 과연 구조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이건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하는 문제고, 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세월호 이후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다영 : 책이 나오고 나서 많이 받는 질문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예요. 저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새로운 진실의 조각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15만 장의 자료가 있지만 또 다른 자료와 엮어내면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사랑 : 우리가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라고 말할 때,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지 말겠다고 하는 것인지를 보면, 그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되풀이되지 않게 무언가를 기억하려면 가능한 자세하게, 그리고 기억할 대상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좀 더 많이 읽었으면 하고요. 또 어떤 방법이 됐든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을 구체화하면 좋겠어요. 세월호 팔찌를 찰 수도 있고, 기도를 할 수도 있고, 더 적극적으로는 세월호 기억 공간에서 일손 거드는 일도 할 수 있죠. 여러 방법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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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북DB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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