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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민간인 댓글부대 3500명 박근혜 정권때에는 뭘 했을까

탐사보도팀|강진구 기자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댓글부대 3500여명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정부에서 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원에서 활동비를 받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활동했던 민간인 댓글부대가 자진해산 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이들이 2012년 대선이후 2014년 세월호 사태와 2016년 총선을 거쳐 지난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한 흔적들은 하나 둘씩 발견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 패배한 뒤인 지난해  6월, 올해 대선을 겨냥한 댓글부대로 의심되는 청원사이트 구축을 시도한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씨(왼쪽 사진)와 보수단체 애국연합의 김상진 SNS 단장(오른쪽 사진). 두 사람의 활동에 대한 자금 지원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 <미디어오늘> 제공

새누리당이 총선에 패배한 뒤인 지난해 6월, 올해 대선을 겨냥한 댓글부대로 의심되는 청원사이트 구축을 시도한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씨(왼쪽 사진)와 보수단체 애국연합의 김상진 SNS 단장(오른쪽 사진). 두 사람의 활동에 대한 자금 지원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 <미디어오늘> 제공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보수단체 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 김상진씨(49)가 다수의 유령계정을 활용해 세월호 유족을 폄하하는 글을 유포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또 특위조사결과 김씨가 사이버여론전을 위해 활용한 트윗 계정 64개중 60개는 2011년 12월 일제히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11월 국정원이 청와대로부터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당후보 지원 방안을 보고한 직후와 겹친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김씨는 이 시기부터 @ksj03169계정의 팔로우수를 늘려가 2012년 대선기간중에는 해당계정이 파워 트윗터 순위 10위안에 들어갈 정도가 됐다. 김씨는 자신의 계정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2012년 대선당시 김씨의 @ksj03169을 빌려 ‘소주청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ㄱ씨는 보수논객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을 찾아가 ‘수천만 원을 줄 테니 안철수 까는 동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ksj03169는 댓글조직 ‘십알단’을 이끈 윤정훈 목사, 국정원 심리전단5팀 소속 민간인 조력자(PA)로 지목된 @kkj0588과도 긴밀힌 트윗을 주고받았다. 박사모 간부 출신의 @kkj0588(사망) 경우 대선후 산속에서 암투병중일때 대통령 정무특보로 있던 윤상현 의원이 직접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민간인 댓글부대 요원들이 불법선거과정에서 단지 조력자가 아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sj03169는 2012년 박근혜후보가 당선된 다음날 “11월26일 선거전에 합류해서 12월19일까지 봇(자동전파프로그램) 안 돌리고 리트윗된게 3만4566개, 칭찬해주세요”라며 자신의 SNS 활동실적을 자랑하기도 했다.

물론 김씨가 민간인 댓글부대 3500명에 포함되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김씨는 “대선기간중 @ksj03169계정은 소주청년에 빌려줬을 뿐이고 그 계정이 정확히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2012년 대선기간중은 물론 대선이후에도 보수단체 회원들과 연계해 적극적인 사이버여론전을 주도한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는 2012년 대선 후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 6번출구 바로 앞 빌딩에 프로젝트빔, 대형스크린을 갖추고 한꺼번에 수십 명을 상대로 SNS강의를 할 수 있는 교육장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가 운영한 카페에는 ‘SNS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씨가 대선 당시 사용한 ‘좀비계정’들은 2014년후 세월호 국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2016년 4월 총선때 다시 살아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후보 공격에 동원되기도 했다.

김씨의 활동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직 국정원 직원 김흥기씨와 손을 잡고 지난해 6월 국회 대강당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압박하고 보수세력들을 결집할 청원사이트 구축을 제안했다. 전국의 보수시민단체들을 청원사이트에 연결하면서 국회 16개 상임위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전문가 조직 구축까지 염두에 둔 대형프로젝트였다. 이들의 구상은 19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온라인 국민회의’가 발족하면서 실현이 됐다.

이들의 배후가 누구고 활동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온라인 국민회의 발족식 행사 안내표에는 행자부 장관 출신의 정종섭 의원 등 박근혜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했다. 김상진씨가 사이버감시단장을 지냈던 애국연합은 전경련이 자금을 지원한 보수단체중 하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흥기씨는 2014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3년간 100억대 예산 투입을 목표로 수출정보제공 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역사업자로 선정됐던 인터넷 매체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아무런지역적 연도 없는 강원도에 내려가 시민단체 대표를 지내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13년~2014년에 걸쳐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억대의 예산을 편취한 혐의로 공익감사가 청구되기도 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감사청구가 각하됐다. 2015년에는 국정홍보 월간지 회장 취임을 시도하면서 박근혜정권 실세인 안봉근 전 국정홍보 비서관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씨의 이같은 행적은 청와대에까지 보고가 들어갔지만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사례는 민간인 댓글부대가 2012년 대선이후에도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지난5월 대선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간 댓글부대 의혹을 단순히 이명박정부 시절의 일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셈이다. 이제 국정원적폐 청산 TF에서 밝혀낸 민간 댓글부대 3500여명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은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검찰의 칼끝이 2012년 대선을 넘어 박근혜정권의 ‘댓글부대’의혹에까지 겨눠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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