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숨진날 덤벨 떨어진 듯한 쿵 소리 여러 번"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 피해자인 정인이가 숨진날 그의 아파트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양부모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주민 A씨는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양부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그날(지난해 10월13일) 저녁 위층에서 쿵 하는 큰 소리와 심한 진동이 여러 번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헬스클럽에서 남성들이 드는 무거운 덤벨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로, 일정 간격을 두고 4∼5차례 반복됐다”며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와는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층간소음으로 제가 (위층으로) 올라간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양모는 문을 살짝 열고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했다. 얼굴이 어두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에도 정인이 집에서 큰 소음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10월1일) 전후로 악을 쓰는 듯한 여자의 고성과 물건을 던지는 것 같은 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며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여성의) 상대방 목소리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양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정인이는 지난해 10월13일 등과 복부에 가해진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법의학자의 감정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복부 손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모 장씨가 여러 번 정인이를 방치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웃 주민 B씨는 “정인이 입양 후 장씨와 15번 가량 만났는데, 그 중 5번 정도는 정인이를 동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키즈카페를 갈 때도 친딸은 데리고 나와도 정인이는 같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 같은 모습에 정인이를 걱정했으나 장씨는 다양한 이유로 이들을 안심시켰다고 B씨는 증언했다. 그는 “장씨에게 ‘정인이는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에 가 있다’고 했다”며 “정인이가 혼자 집에 있다고 (장씨가) 말한 적도 있었는데, (장씨는) ‘앱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해 괜찮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수시간 차에 방치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B씨는 “지난해 여름 장씨가 (정인이가) 중간에 차에서 잠이 들어 혼자 두고 왔다고 했고, 그 후 한 시간쯤 지나 차에 둔 휴대폰으로 (정인이를) 확인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고 같은해 10월13일 정인이의 등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도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정인이 아동학대 남부지법 남부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