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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코로나 확진 발생, 일용직에게만 안 알렸다

반기웅 기자

마켓컬리가 서울 송파(장지) 물류센터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현장 일용직 노동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규직 등 컬리 소속 임직원에게는 사내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은 ‘사업장에 확진 환자가 발생 또는 방문한 경우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 발생 사실을 즉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지침상 ‘모든 사람’은 정규직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노동자와 파견·용역 노동자 및 배달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해당된다.

/ 마켓컬리 소개 영상 캡처

/ 마켓컬리 소개 영상 캡처

지난 3월 15~16일 이틀간 마켓컬리 송파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일용직 노동자 2명(포장·분류)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켓컬리는 18일 관할 보건소로부터 이들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통보받은 뒤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마켓컬리의 사내 메신저는 일용직을 제외한 상용직만 사용 가능하다. 사내 메신저 사용 권한이 없는 일용직은 별도의 공지를 받지 않는 이상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마켓컬리 일용직 노동자 A씨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평소 친분이 있는 정직원에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통보 ‘일용직은 빼고’

마켓컬리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마켓컬리 앱에 공지했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우려되는 일용직 노동자의 명단을 선별해 보건당국에 보내는 등 보건 지침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방역 기준에 따라 (감염자와 가까운) 거리 내에 있다고 판단되는 255명의 일용직 노동자 명단을 보건소에 제출했고, 이후 보건소 측이 명단에 있는 255명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지했다”고 말했다. 직접 공지한 것은 아니지만 255명의 일용직 노동자는 보건소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켓컬리는 왜 직접 255명을 추렸을까. 보건당국은 컬리 물류센터에 대한 현장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 관할 보건소인 송파보건소는 마켓컬리 측이 보낸 CCTV 영상만으로 역학조사를 벌였고, 영상을 토대로 컬리 측에 방역 지침을 전달했다. 이후 마켓컬리는 방역 지침에 따라 밀접 접촉자 등 감염 우려가 있는 255명을 자체 선별하고 명단을 작성해 송파구보건소에 제출했다. 보건소는 명단에 오른 255명에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안내문자를 전송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송파 물류센터 내 확진자 발생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 역학조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며 “CCTV 조사만으로도 (감염)위험도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현장 인력이 근무한다. 물류센터 현장 업무 특성상 여러명이 함께 일하면서도 거리 두기 등 생활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류센터를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분류해 관리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내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구성원 모두가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업장 내 노동자 모두가 감염 위험을 알도록 하는 것이 정부 지침의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 물류센터에는 지난 3월 18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마켓컬리는 22일에 일용직을 포함, 18일 물류센터 근무자 전원에게 확진자 발생 소식을 문자 메시지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일부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해당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물류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관련해 컬리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적 없다”며 “컬리는 예전부터 현장 인력과는 소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컬리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적 없다”

마켓컬리의 물류시스템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필수 인력이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주축도 현장 인력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9523억원으로 전년(4259억원)보다 2배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미국 증시 상장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동환경은 제자리다. 하루 1000명 이상의 일용직 노동자가 ‘상용직’처럼 일하고 있는데도 이들에게 적용할 취업규칙도 마련돼 있지 않다. 왜일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일자리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물류센터로 몰리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블랙리스트를 운용해 저성과자를 비롯해 직장 내 갑질·성희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진짜였다’ 경향신문 3월6일 온라인판 보도). 블랙리스트 운용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고객은 앱을 지우고 회원 탈퇴를 했다. 마켓컬리는 상담 직원을 동원해 ‘탈퇴 방어’에 나섰다.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업무 평가 명단’일 뿐이며 부당해고 사례로 언급된 노동자는 ‘근태 불량에 따른 정당한 채용 중단’이라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용직 노동자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건에 대해서도 “근태 불량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며 “지방노동위에서 다퉈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마켓컬리는 지난 3월 16일 신청인에게 합의금을 전달하고 사건을 화해 종결했다. 마켓컬리 측은 “합의 결정은 기존 대응 방식이나 입장을 바꿨다기보다는 합의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합의 이후 본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지노위의 요청이 있어 추가 설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마켓컬리 소개 영상 캡처

/ 마켓컬리 소개 영상 캡처

마켓컬리는 지금도 ‘노동자를 걸러내기 위한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일까. 김현수(50·가명)씨는 지난해 5월부터 마켓컬리 송파 물류센터 상온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적재 업무를 했는데 성실함을 인정받아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 매일 ‘알바’ 사이트를 통해 채용 신청을 했고, 주 4일 근무했다. 7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김씨의 업무는 코로나19 방역 관리 업무(출입자 체온 체크 등)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컬리 관리자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관리자는 김씨가 ‘편한 일을 한다’는 게 이유였다. 마주치면 폭언을 했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괴롭힘은 8월 11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김씨는 주변 동료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민원을 넣고 싶다’고 토로했는데 다음 날, 8월 12일부터 업무에서 배제됐다.

처음에는 주문 물량이 없어 일이 끊긴 것으로 생각했다. 한달을 기다려 9월에 다시 출근 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출근 확정 문자가 왔는데 몇시간 뒤 ‘취소’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출근 신청을 해봤지만 근무는 배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마켓컬리 인사 담당자에게 “현장관리자와 트러블을 겪은 뒤 일이 끊긴 것 같다”며 “민원을 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다음날 마켓컬리 인사담당자는 “해당 직원의 갑질을 인정한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 근무 신청을 하라”고 제안했다.

■마켓컬리 블랙리스트의 실체

갑질 직원이 불편했던 김씨는 일터를 옮겨 마켓컬리 남양주 물류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9월 16일부터 1월 8일까지 근무했는데 1월 10일, 갑자기 근무에서 배제됐다. 마켓컬리 측에 근무 배제 사유를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동료들을 통해 ‘회사가 1월부터 불편한 사람을 대거 정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2월 김씨는 부당해고를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김씨는 “가장 분한 건 어떤 이유로 내가 해고된 건지, 무슨 잘못을 해 일터에서 밀려난 것인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며 “근태 불량이라면 이해하겠다. 하지만 나는 일하면서 사측으로부터 한 번도 경고나 징계를 받은 적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왜 해고됐는지 이유를 듣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측은 “김씨의 주장을 확인해줄 담당자들은 모두 퇴사했고, 노동청에서도 지금까지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 아직 조사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필요 인력보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뒤 불필요한 인력은 현장에서 ‘탈락’시켜 돌려보내는 현장 해고 문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합리한 채용 시스템에 대한 고발 기사가 나오자 마켓컬리는 사내 공지를 통해 “도급사에서 종종 컬리 요청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 그때는 필요 인원을 제외하고 도급사(채용대행업체)에 요청해 돌려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몇달 전부터는 더 많이 와도 모두 일하도록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3월에도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에서 출근 확정 문자를 받고 왔다가 현장 탈락한 노동자 사례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김포 물류센터의 경우 신규로 채용대행을 맡은 1개 업체가 마켓컬리의 규정에 대해 미숙하게 대처했다”며 “소수 인력이 확정 문자 후 돌아간 사례가 발견돼 해당 채용대행 업체에 강력히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사업장에서 여러 노동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대응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기업의 재화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방치했다가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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