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죗값 치러야” “초일류 기업으로”…이재용 출소한 서울구치소 앞 ‘두 목소리’

이두리 기자 유선희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이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인 13일 풀려났다.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이날 출소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쯤 검정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서울구치소를 빠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고 취업도 제한된 데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만 끄덕이며 답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경제활동 계획과 (가석방이) 특혜가 아니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곧바로 현장에 마련된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부회장의 출소를 전후해 구치소 초입 길목에서는 이 부회장 지지자들과 가석방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고생하셨습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드십시오’ 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고, 비판하는 시민들은 ‘범죄자 이재용 사면!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입니까?’ 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현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는 청년들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일본과 호주 언론 등 외신도 구치소 앞을 찾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자 이를 규탄하는 청년들과 환영하는 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함께 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된 지 207일 만에 출소했다. /강윤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자 이를 규탄하는 청년들과 환영하는 단체 회원들이 손팻말을 함께 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된 지 207일 만에 출소했다. /강윤중 기자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후 약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날 서울구치소 앞은 이 부회장이 풀려나기 1시간 30분 전부터 이를 규탄하는 민주노총과 옹호하는 보수 유튜버 등이 뒤섞이며 대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노총과 전국금속노조가 “이재용 구속하라”고 구호를 외치면, 반대 측에서 “일하고 먹고살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구치소 주변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1% 특혜 가석방’, ‘노조파괴 범법자 이재용 정당한 죗값을 치르라’는 비판 현수막과 ‘이재용 부회장을 응원하며 동행합니다’라는 팻말 등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9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 재벌이 법 위에 군림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며 “국정농단의 몸통인 이재용을 가석방하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넣는 건 민중의 절규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돈과 권력으로 노조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삼성은 노사협의회 불법지원을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하라”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방해하면서 언쟁이 벌어지지도 했지만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은 관련 법에 따라 가석방 기간 보호관찰을 받게 되고,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