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경적 울리며…자영업자 심야 차량시위

조해람 기자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어

방역에 우리 의견 반영을”

여의도 등 전국 9곳 집결

긴 행렬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9일 새벽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영업시간·인원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긴 행렬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9일 새벽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영업시간·인원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8일 밤 서울 각지에서차를 타고 모여든 자영업자들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천천히 돌며 3000여대(주최 측 추산)에 이르는 긴 행렬을 이뤘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주최한 차량 집회에 참가한 차량들이다. 여기저기서 ‘SOS’를 뜻하는 모스 부호(… --- …)를 따라하는 경적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이날 전국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영업 시간·인원 제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 9개 지역에서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집회 직전 “방역체제 전환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과 백신공급 차질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자영업자만 떠안게 하는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며 “자영업자 규제 일변도인 행정규제를 철폐하고, 위드 코로나 정책 수립에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김영규씨도 이날 호프집 사장들과 미리 만나 차량 시위를 준비했다. 이날 오후 10시30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김씨의 가게 앞에는 김씨 등 수도권 호프집 사장 5명이 모였다.

무전기를 준비한 이들은 차 2대에 나눠 타고 한강대교로 향했다. 인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10년 동안 운영하던 술집 문을 4개월째 닫고 있다.서울 연신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전상혁씨는 “매출이 80% 줄었다. 아르바이트도 원래 8명이었는데 지금은 1명”이라고 말했다.

차량을 운전하던 김씨는 “손실보상법도 골자는 나왔지만 뚜렷한 보상대책이 없다”며 “특히 오늘 나온 사장들은 영세한 1인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나왔겠나. 우리 목소리를 좀 제대로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난 7월 코로나19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급적용 조항은 제외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창호씨는 “코로나19 방역에 왜 자영업자만 고통을 감당해야 하나. 벌어놓은 돈과 금융대출을 끌어모아 겨우 버티고 있다. 살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지난 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음식점·도소매·숙박업 등 8개 업종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39.4%가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날 밤 경찰은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단속에 나섰다. 집결지인 여의도로 진입하는 길에서는 경찰 검문이 더 강화돼 차량 행렬이 나뉘었다. 여의도 자영업자들은 약 2시간 동안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길을 돌았다. 9일 오전 2시쯤 경찰의 해산 방송이 울리자 국회둔치주차장 인근 골목에 모인 차량 10여대가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의 통제로 자영업자들은 오전 2시30분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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